미국 오하이오주 킹스밀스의 17세 트랜스젠더 여성 릴라 알콘(Leelah Alcorn)이 2014년 12월 28일 자살했다. SNS에 남긴 유서에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4세 무렵부터 내가 소년의 몸에 갇힌 소녀처럼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고, 소년에서 소녀가 되는 게 가능한 줄도 몰랐다.(…) 열네 살 때 트랜스젠더라는 게 뭔지 알게 됐고, 혼란스러움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즉시 엄마에게 알렸지만 엄마는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내가 정말 ‘소녀’일 리 없다고, 신은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프로테스탄트 보수 교단인 ‘그리스도 교회’ 신도였다. 그들은 16세가 된 알콘이 호르몬요법 등 성전환 처방을 받게 해달라고 청하자, 대신 기독교식 ‘전환 요법(conversion therapy)’, 즉 자각한 성 정체성을 부정하며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 성을 강요하는 심리 및 약물 치료법을 받게 했다. 그들은 알콘이 SNS에 커밍아웃한 것을 꾸짖으며 학교를 못 다니게 했고, 랩톱과 휴대폰을 압수해 약 5개월간 SNS도 못하게 했다.
알콘은 “나는 지금 충분히 슬프고 더는 내 삶이 나빠지길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점점 나아질 거라고 말하지만, 내 경우엔 그렇지 않다.(…) 내 죽음이 의미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 나를 비롯해 자살을 선택하는 트랜스젠더들을 보며 이 사회를 바꾸려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유서에 썼다. 그의 유서는 SNS를 통해 순식간에 미국 전역에 알려졌고, 그의 부모와 교회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쇄도했다. 그의 어머니는 “종교적 이유로 자식을 편들 수 없었지만, 우리는 알콘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미국 자살예방재단과 UCLA 로스쿨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트랜스젠더는 응답자의 무려 41%로, 미국 성인 평균(4.6%)의 10배 가까이 됐고,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의 10~20%보다 2~3배 높았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릴라법’ 즉 전환치료 금지 청원운동을 벌였고, 2015년 4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상징적으로 워싱턴D.C.의 전환치료를 불법화했고, 12월 신시내티주가 거기 동참했다.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에서 트랜스젠더 항목을 삭제했다. 73년 동성애를 질병에서 제외한 지 45년 만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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