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시티칼리지 최초 흑인 학생회장을 지낸 아프리카 민족주의 운동가 마울라나 카렌가(Maulana Karenga, 1941~)는 흑인 민권운동과 ‘블랙파워’ 정치ㆍ사회운동이 한창이던 1966년 ‘콴자(Kwanzaa)’라는 범아프리카 문화축제를 제안했다. 기독교문화에 뿌리를 둔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에 편승하기보다 아프리칸아메리칸의 정체성을 회복해 자립 번영의 공동체를 구축해가자는 취지였다. 남회귀선을 끼고 있는 남부아프리카의 12월~1월 수확 축제 전통에서 따온 콴자는 ‘첫 과일(수확)’이란 의미의 스와힐리어 ‘마툰다 야 콴자(matunda ya kwanza)’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부터 이듬해 1월 1일까지 7일간 벌이는 콴자는 미국 흑인들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확산돼, 근년에는 세계 수백 만 명이 동참하는 행사로 정착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콴자의 축제에는 ‘키나라(kinara)’라 불리는 7개의 촛대 장식이 등장한다. 키나라에는 중앙의 검은색과 각 세 개의 붉은색(좌측) 초록색(우측) 초를 꽂고, 각 가정은 첫날 검은색 초에 불을 붙이고, 남은 6일 동안 번갈아 붉은색과 초록색 초를 바깥에서 안쪽으로 켠다. 7일과 7개의 초는 카렌가가 제안한 ‘콴자’의 7원칙(Nguzo Saba)를 상징한다. 단합(Umoja), 자결(Kujichagulia), 협동과 책임(Ujima), 협력경제(Ujamaa), 목적(Nia), 창의(Kuumba), 신념(Imani)이다. 전통의 가치 위에서 흑인 공동체에 헌신하며 자립ㆍ자결의 역량을 갖춰 번영하자는 의미다. 콴자를 지내는 흑인 가정은, 크리스마스의 상업적 문화에 최대한 물들지 않기 위해 자녀들에게 주로 책 같은 문화상품을 선물로 준다.
콴자가 크리스마스의 대체ㆍ대항 축제로 시작됐지만, 근년에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즐기는 가정들이 늘어, 크리스마스 장식과 아프리카의 상징인 흑ㆍ적ㆍ청 삼색기가 함께 내걸리기도 한다.
흑인인권운동단체인 ‘US기구’ 창립자이기도 한 카렝가는 71년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는 의심 끝에 흑인 여성 두 명을 폭행ㆍ고문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75년 가석방됐다. 그는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했다. 76년 샌디에고 한 국제대학(AIU)에서 ‘아프로아메리칸 민족주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강의와 평등권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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