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비타민ㆍ마늘ㆍ칵테일주사…
“회복에 도움” 의사들 적극 권유
주부 김윤경(45ㆍ가명)씨는 최근 몸살 증세로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수액주사를 맞으면 회복이 빨라질 거라는 의사의 권유에 잠시 망설였다. 간호사가 보여준 수액 종류만 10여가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도 낮게는 5만원부터 10만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었다. 적잖은 가격 부담에 몸살주사와 약 처방만 받고 돌아선 김씨는 “의사가 너무 적극적으로 권유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환자들은 수액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력 없는 노인들이 찾는 주사에 불과했던 ‘수액주사’가 온 국민이 접종하는 ‘국민주사’가 됐다. 의사들은 만성피로나 감기, 숙취해소는 기본이고 간 기능 개선이나 집중력 향상 등에 좋다며 적극 권유하고, 환자들은 너나없이 팔을 내민다. 과연 수액은 정말 만병통치약인 걸까.
30일 개원가에 따르면 수액주사의 가장 큰 장점은 장을 통하지 않고 정맥을 통해 몸 안에 직접 수분과 영양분을 전달해 즉각적으로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생리식염수, 포도당, 필수 전해질(칼슘ㆍ나트륨ㆍ칼륨) 등의 기본 성분에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 등의 성분을 추가한다. 수액주사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고농도 비타민주사인 ‘메가 비타민’은 수액에 고용량의 비타민C와 비타민Aㆍ비타민Eㆍ셀레늄 등의 성분을 조합한 것이다. 주사를 맞으면 마늘과 같은 매운 냄새가 나며 만성피로 회복에 좋다는 ’마늘주사‘는 수액에 알리신 성분을 조합하고, 체지방 분해와 노화방지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여성들이 선호하는 ‘신데렐라 주사’는 수액에 알파리포산 성분을 조합한 것이다.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는 ‘감초주사’는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리진과 시스테인을, 미백효과가 있다는 ’백옥주사‘는 글루타티온 성분을 섞는다. 최근 개원가에서 적극 밀고 있는 건 마늘ㆍ감초ㆍ신데렐라 주사 등을 섞은 일명 ’칵테일 주사‘다. 서울 서초구의 A의원 측은 "최근 독감환자가 급증해 많이 찾는 칵테일 혼합주사는 6만원에 접종이 가능하다"며 "피로회복에 좋은 감초·백옥·마늘주사는 1회당 5만원인데 모두 1시간이면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북구 B의원 관계자도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섞은 칵테일 주사가 5만원, 몸살주사가 1만원인데 함께 맞아야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에서도 평가가 마냥 좋지는 않다. 단시간 내 체내에 수액과 함께 영양분을 공급,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기운을 회복한 것처럼 느끼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탈수 증상이 있거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환자 등에게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수액주사를 맞은 이들의 건강과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의학적 지표는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영양소를 체내에 투여해도 즉각적으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없다”(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주사 그 자체보다 일정시간 긴장을 풀고 누워서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잠시나마 쌓였던 피로나 통증이 가시는 것”(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등의 냉혹한 평가마저 나온다.
결국 수액주사가 의사들의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의사 입장에서는 비급여로 수익을 낼 수 있고, 환자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비용 부담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서 여성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비급여로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수액주사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이젠 수액주사도 ‘레드오션’이 됐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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