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데뷔한 캐딜락 ATS는 BMW 3 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 그리고 아우디 A4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시장을 선도하는 이들을 철저히 벤치마킹했으며 어느새 캐딜락의 상징이 된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응집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담았다.
그 노력의 결실일까? ATS는 데뷔와 함께 매력적인 스포츠 세단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2018년, 캐딜락 ATS의 데뷔 이후 성과는 밋밋하다. 기대한 이하의 성과를 얻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원했던 선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고 후발 주자들과 함께 묶여 '티어 2' 그룹을 형성했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2018년 9월, 캐딜락 ATS를 다시 만났다.
새로운 캐딜락의 시작
캐딜락 ATS의 데뷔 전까지 캐딜락은 미국 중심의 브랜드였다. 차량의 판매도 그랬고, 개발 역시 미국 시장의 성격을 노골적으로 반영했다. 그렇기에 미국 외의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과시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캐딜락 ATS를 기점으로 캐딜락은 '미국 밖 시장' 개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캐딜락 ATS를 미국 밖 시장에 내놓을 수 없었고, 많은 노력 끝에 견고함을 앞세운 '유럽의 향수가 느껴지는 아메리칸 프리미엄 세단'인 ATS가 데뷔하게 되었다. 덕분에 ATS는 한창 말랑해지고 있는 BMW의 변화와 비교되며 'BMW보다 더 BMW 같은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기조는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당한 캐딜락을 담다
캐딜락 ATS의 디자인은 사실 캐딜락의 팬으로서도 다소 아쉽다. 작은 차체에 캐딜락의 대담함을 드러내기엔 공간이 다소 좁았던 것이다. 실제 헤드라이트나 프론트 그릴 등이 이상적인 비례를 구현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캐딜락 디자인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이들에게는 '누가 보더라도 캐딜락'의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낸다.
D 세그먼트 세단으로서 포지셔닝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담겼고, 그 동안 단점으로 지적 받은 실내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2세대 CTS에서 절정을 이룬 '아트 & 사이언스'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캐딜락 특유의 선에 집중하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이에 ATS의 곳곳에는 캐딜락 브랜드 고유의 V의 형상을 보조제동등을 시작으로 리어 범퍼 크롬 가니시, 세로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등 캐딜락 만의 디자인들이 더해졌다. 이외에도 듀얼 타입의 배기 시스템은 차량 중앙으로 몰려 배치되었고, 그 사이에는 후진등을 달아 독특한 라이팅을 선사한다.
듀얼콕핏의 완성형을 그리다
강렬한 외형처럼 실내 공간 역시 존재감이 돋보인다.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로 구성된 센터페시아와 좌우로 뻗어나가는 듯한 대시보드의 형상으로 당대 GM의 디자인 기조인 '듀얼콕핏'의 캐딜락 풍 디자인을 구현한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호흡을 맞추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더해 다양한 기능성을 보장한다.
대시보드에 적용된 소재들은 물론이고 날렵한 스타일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그 뒤에 자리한 '크롬 코팅'을 씌운 마그네슘 패들시프트 등으로 숨겨진 매력을 더욱 강조한다. 여기에 이상적인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하는 매력적인 시트도 큰 강점이다. 다만 지문이 쉽게 묻어나는 센터페시아와 고급감이 떨어지는 계기판은 아쉬움의 대상이다.
1열을 위한 공간 구성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국내에 ATS 세단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세단으로 이해하는 건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니다. 1열 공간의 경우 운전자의 몸을 확실히 지탱하고 우수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시트와 낮은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하는 요소들로 탁월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감히 동급 최고 수준의 시트와 탑승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2열의 경우 레그룸은 물론 헤드룸이 다소 협소해 불편함이 크다. 대신 시트의 구성이나 착좌감 부분에서는 분명 매력을 자랑한다. 적재 공간 역시 다소 좁은 게 사실인다. 트렁크 게이트 아래 295L의 적재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이러니 차라리 ATS 쿠페가 중심이 되는 게 더 합리적으로 생각된다.
완성도와 재미를 모두 잡는 캐딜락 ATS의 드라이빙
캐딜락 ATS의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캐댈락 ATS의 보빗 아래에는 최고 출력 272마력과 40.7kg.m의 최대 토크를 자랑하는 동급 최고 수준의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엔진은 이미 CTS나 CT6에서 그 진가를 과시한 이력이 있고, 두 차량보다 작은 차체의 ATS에서는 더떤 성능을 내게 될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특히 단순히 엔진만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칭찬을 받은 드라이빙 퍼포먼스의 전반적인 수준도 내심 기대가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시승 차량인 ATS 프리미엄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까지 탑재되어 있기 떄문에 주행 모드에 따른 차이나 그 완성도도 궁금하게 만든다.
단도직입적으로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우수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페달을 밟고 있는 발 끝으로 느껴지는 RPM 상승과 스포티한 그 회전 질감은 운전자에게 더욱 가속을 갈구하도록 그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자극에 결국 넘어가 엑셀레이터 페달을 더욱 깊게 밟게 된다. 그러다 보면 공인 연비는 어느새 상징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초기에는 6단, 그리고 지금은 8단 자동 변속기로 교체된 변속기 부분도 만족감이 좋은 편이다. 업시프트 부분에서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들과 어깨 나란히 해도 좋을 정도로 민첩하고 기민한 변속을 자랑한다. 그런 와중에도 운전자가 느끼는 변속 충격은 거의 없어 프리미엄 모델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범용성을 보장하는 ATS
센터 터널의 드라이빙 모드 셀렉터를 눌러 투어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오가며 주행을 펼쳤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게 있다면 투어 모드에서는 과거의 ATS 초기 모델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여유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ATS 자체가 워낙 견고한 차체와 긴장된 셋업을 보유하고 있는 차량이나 투어 모드에서는 노면의 충격을 달래고 고급스러운 시트를 통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닥분에 ATS로 일상 속 출퇴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라던가 이에 대한 차량의 움직임도 그렇게 무겁거나 둔하지 않고 다루기 좋기 떄문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이와 함께 정숙성 부분에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ATS의 본성이 살아난다. 한층 기민하고 맹렬하게 반응하는 엔진과 변속기는 물론이고 조금 전까지 부드럽게 노면에 대응하던 하체 역시 기민하고 탄탄하게 그 성격을 180도 바꿔버린다.
이런 상태로 코너를 파고들면 롤링을 극도로 억제하면서도 운전자의 조향을 100% 구현하려는 ATS의 움직임을 경험하게 된다. 단단하면서도 끝 부분에서는 풍족한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에 연이은 코너 속에ㅅ도 ATS는 쉽게 지치거나 무너지지 않는 매력을 과시했다. 또 강력한 제동력은 물론 이 제동력이 꾸준히 지속되는 점까지 느끼게 되면 ATS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이상 '얌전히 타기엔 글렀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트랙 주행도 주저 없는 ATS
캐딜락 ATS는 단순히 잘 달리는 정도의 레벨이 아니었다.
실제로 ATS는 지금 당장, 아무런 준비 없이 인제스피디움과 같은 고저차가 큰 테크니컬 서킷을 달릴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차량이다. 견고한 차체, 힘찬 엔진과 견고함과 포용력을 품은 서스펜션까지 조합되니 두려울 것이 없다. 게다가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 안정감이 상당히 좋은 것 ㅇ또한 트랙에서의 필요한 가치인 것이다.
재검증이 필요한 캐딜락 ATS
단도직입적으로 캐딜락 ATS는 국내 시장에서 제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차량이다.
브랜드가 ATS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며 이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브랜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밴드왜건 효과처럼 독일 브랜드에 편중되어 있는 동안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ATS의 가치는 재검증이 필요하다.
매력적이고 잘 달리는 가솔린 프리미엄 세단을 찾는 다면 ATS, 특히 MRC를 탑재한 ATS 프리미엄은 정말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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