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단행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인사를 두고 진옥동(57) 신한은행장 후보를 비롯한 50대 최고경영자(CEO)로의 과감한 세대 교체라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번 인사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이 2010년 ‘신한 사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8년 전 신한금융 조직 내부에 갈등과 균열을 초래했던 신한 사태의 여파가 8년이 지나도록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신 전 사장은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의 명의를 도용해 경영자문료 15억6,000만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당시 고발을 주도한 사람은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었다.
이 고발 건은 2008년 신한은행 측이 당시 정권 실세 측에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당시 라 회장 지시로 이 행장이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명박 정부 실세와 관련된 인물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자금 용처를 밝히지 못한 채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다.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일으켰던 ‘남산 3억원’ 사건은 최근 검찰이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수사 권고를 수용하면서 재점화됐고, 당시 신한금융 부사장이었던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고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역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신한금융 내부 문제로 번졌다.
결국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통해 단행된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위 행장과 김 사장은 교체 대상에 올랐다. 통상 신한금융이 2월 자경위를 열어 CEO 인사를 발표하고 내정자 임기가 3월쯤 시작됐던 점을 감안하면 두 달가량 이른 인사로, 여기엔 두 사람의 거취 문제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기나 인선 면에서 파격적이었던 이번 인사를 두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마저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최악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0월 조 회장이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 모두 유고 사태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을 피하려 선제적으로 리더십을 차세대에 넘길 채비를 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사태 재수사나 채용비리 수사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한편, 10년 가까이 끌어온 신한사태 등 과거와 절연하는 대대적 쇄신을 통해 리딩뱅크 탈환을 꾀하려는 포석이 담긴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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