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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구촌 인물] 민진당 텃밭 가오슝서 15만표차 압승... 경제 강조했지만 “포퓰리즘 공약” 지적도

입력
2018.12.27 18:00
수정
2018.12.27 18:3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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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끝> ‘대머리’ 이색 선거운동 한궈위 대만 가오슝 시장

한궈위 대만 가오슝 시장이 지난달 24일 당선 직후 연단에 올라 유권자들을 향해 포효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가오슝=로이터 연합뉴스
한궈위 대만 가오슝 시장이 지난달 24일 당선 직후 연단에 올라 유권자들을 향해 포효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가오슝=로이터 연합뉴스

“여자 친구의 엄마도 그를 좋아해요. 담배 피운다고 타박하더니 이제는 만나면 함께 정치 얘기를 하니까요.”

지난달 대만 지방선거에서 가오슝(高雄) 시장에 당선된 한궈위(韓國瑜ㆍ61)의 페이스북에 젊은 남성이 올린 글이다. ‘야채 장수’라고 부르며 자신을 낮추고 ‘대머리’ 외모를 내세운 기발한 선거운동으로 격의 없이 다가선 결과다. 이념보다는 민생을 앞세운 눈높이 전략으로 표심을 파고들더니 지난 20년간 집권 민진당이 굳게 지켜 온 진보진영의 텃밭 가오슝을 집어삼키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이름을 딴 ‘한류(韓 流)’ 열풍은 팬들이 한국 아이돌에 열광하듯 대만 유권자들의 오랜 갈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오슝은 국민당 장기 집권에 맞서 싸운 민주화의 본산으로 통한다. 더구나 상대는 12년간 가오슝 시장을 지낸 민진당의 간판주자였다. 후보 난에 처한 국민당이 5월 마지못해 한궈위를 후보로 지명했지만 대부분 언론이 민진당 후보를 당선 유력으로 점칠 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모두가 외면할 때 한궈위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정치 구호와 해묵은 대결 논리에서 벗어나 철저히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활력을 잃고 허덕이는 대만 제2도시 가오슝을 “최고 부자 도시로 만들겠다”며 오로지 시민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약점이었던 낮은 인지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메웠다. 마지막 유세에 등장한 227명(가오슝 인구는 227만명)의 대머리 남성은 한궈위 따라하기를 넘어 왜 그가 당선돼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결과는 15만표차의 압승이었다.

한궈위는 일약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국민당 주석을 넘어 차기 총통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열광한 각종 공약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가령, 한궈위는 디즈니랜드 유치를 약속했다가 당선 이후에는 말을 바꿨다. 놀이시설을 운영하려면 인구 1억명 규모의 시장이 필요한데 대만 인구는 2,300만명에 불과하다는 게 대만 언론의 지적이다.

그는 당선 직후 “92공식이 내 입장”이라고 밝혔다. 92공식은 중국과 대만이 각자의 국호를 사용하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한 1992년 합의를 일컫는다. 독립투사를 자처하며 반중 감정을 격화시켜 지지층을 결집해 온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정반대다. 양안 관계의 현실을 수용하면서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첫 단추는 교류 확대를 논의할 실무그룹 가동이다. 한궈위의 참신한 접근이 가오슝과 대만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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