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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탈출로는 쇠창살ㆍ시멘트에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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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탈출로는 쇠창살ㆍ시멘트에 가로막혔다

입력
2018.12.24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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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현장의 모습. 전날 오전 건물 1층에서 불이 나 내부를 태우고 16분 만에 진화됐으나 2층에 있던 여성 2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현장의 모습. 전날 오전 건물 1층에서 불이 나 내부를 태우고 16분 만에 진화됐으나 2층에 있던 여성 2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화재로 5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건물 2층 창문이 모두 격자 구조의 쇠창살이나 시멘트로 막혀 있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쇠창살을 설치한 경위와 발화원인, 건축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23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1시 4분쯤 ‘천호동 텍사스’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 2층짜리 건물에서 불이 나 16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화재로 1층 업소 내부가 전소됐으며 2층에 있던 업주 박모(50)씨와 업소 종사자 최모(46)씨가 숨지고 또 다른 업소종사자인 20대 여성 과 40대 여성이 중태에 빠지는 등 사상자가 5명 발생했다. 경찰은 “잠을 자던 중 ’불이야!’하는 소리를 듣고 탈출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업주 박씨가 종사자들을 깨우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검시에서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5분여 만에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불은 비교적 빨리 꺼졌지만 업소 종사자들이 밤샘 영업을 하고 자고 있던 2층 방의 창문이 모두 쇠창살과 시멘트로 막혀 있어 피해자들이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유독 연기를 들이마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이 1층에서 발화해 번지는 바람에 피해자들이 이른바 ‘합숙소’로 불리는 2층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한 채 변을 당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1차 감식 결과 불은 1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1층에서는 불이 번져 올라오고, 2층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 탈출로가 없는 셈이 됐다”고 말했다.

사고 건물은 성매매 영업소(1층)와, 합숙소(2층)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재가 난 2층은 40평 규모로 방 6개에 화장실이 있다. 특히 각 방이 다닥다닥 붙은 2층 창문은 모두 8개로 전부 또는 일부 시멘트로 막아둔 것으로 드러났다. 2층 창문은 세로 50㎝, 가로 1m 크기다. 특히 큰 창문을 시멘트로 메워 작게 만들었거나, 일부 창문은 전체를 시멘트로 봉쇄하는 등 이러한 폐쇄적 구조가 도난 방지 등 방범용이냐, 성매매 여성의 도망 방지용이냐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실제로 화재가 난 2층 건물뿐만 아니라 성매매 업소로 이용되는 건물들 곳곳에는 주변의 일반 주택가 창문에서는 볼 수 없는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다. 한 이웃 주민은 “바깥에서 내부를 아예 안 보이게 하기 위해 최근 시멘트까지 바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천호2구역은 천호뉴타운 재개발지역으로 지난해 12월 지정돼 철거를 앞두고 있으며 성매매 여성 50여명이 아직도 이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 영등포, 미아리 등 성매매 집결지 전국 45곳(2016년 조사 기준)에 대한 화재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정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대부분 성매매 종사 여성은 당장 그 곳을 빠져 나와도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직간접적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쇠창살 등으로 개인 자유를 통제하는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면서 “이런 지역들에 대한 소방, 행정적인 점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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