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2일, 평소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일본의 청담동’ 오모테산도 거리에 우산을 든 2,500여명의 긴 줄이 오전 8시부터 늘어섰다. 이날 오전 11시 새로 문을 여는 카카오프렌즈 도쿄점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카카오의 캐릭터 사업을 전담하는 카카오IX가 2개 건물 3개층에 총 496㎡ 규모로 마련한 매장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 일본 20대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어피치 캐릭터를 테마로 각종 인형과 의류, 생활용품, 미용용품 등이 가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캐릭터’ 라이언에 밀려 2인자에 머물던 어피치의 일본 현지 인기는 상상초월이었다. 일부 인형 품목은 개점 첫날 ‘완판’됐고, 일본 ‘덤보도너츠’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도넛 제품도 4시간 만에 모두 판매됐다. 카카오IX 관계자는 “매장이 골목 안쪽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려 깜짝 놀랐다”면서 “앞으로 일본 시장에서의 반응에 따라 다른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로 품목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몇 차례의 일본 진출 시도에도 그간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카카오가 ‘콘텐츠의 힘’으로 다시 일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 진출 2년 만에 네이버의 라인망가에 이어 웹툰 플랫폼 2위 자리를 꿰찬 카카오의 픽코마는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까지 진출했고, 카카오프렌즈는 성공적으로 스토어 1호점을 개점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카카오T는 일본 최대 모바일 택시 호출 서비스 재팬택시와의 협업으로 이달 6일부터 택시 로밍 서비스를 내놨다. 내년 1분기 중에는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도 일본에 상륙한다.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압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지만, 일본 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7,600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 라인에 비해 일본에서 카카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라인에 밀려 카카오톡이 일본 내 가입자를 늘리지 못하면서 카카오재팬은 지난해 순손실 2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배 이상 확대된 적자 폭이다. 반면 라인은 일본에서의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대만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거침없이 영역을 넓혀 갔고, 이에 힘입어 공식 캐릭터 ‘라인프렌즈’는 지난해 1,267억원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카카오프렌즈는 976억원 매출에 그쳤다.
웹툰 플랫폼 픽코마의 성공은 카카오가 다시 일본 진출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다. 기존 일본 웹툰 시장에 없었던 개념인 ‘기다리면 무료’ 정책은 독자들의 열람 심리를 자극하며 높은 구매율로 이어졌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만화책을 읽어나가는 일본 문화를 반영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통했다. 2016년 8월 약 5만명에 불과했던 픽코마의 MAU는 지난달 약 340만명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올해 3분기 매출은 15억2,000만엔(약 1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9% 높아진 만큼 성장세가 뚜렷하다. ‘만화 왕국’ 일본에서 웹툰 시장이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픽코마는 카카오의 향후 일본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앞으로 일본 시장에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웹툰, 동영상 등 콘텐츠 강화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모바일 콘텐츠 시장 전반이 아직 성장 초기에 머물러 있는 일본인 만큼 콘텐츠 분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픽코마를 통해 인기가 검증된 만화를 영상화해 픽코마TV에 독점 공개하는 등 콘텐츠 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카카오프렌즈는 현지 브랜드와의 협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역을 넓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