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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 데뷔 27년 만에 대상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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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 데뷔 27년 만에 대상 품었다

입력
2018.12.24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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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연예대상 첫 여성 대상 

 예능 ‘안녕하세요’ 8년째 진행 

 ‘전참시’로 MBC 후보에도 올라 

 2관왕 가능성 “영자의 전성시대” 

이영자가 22일 서울 여의도동 KBS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18 KBS 연애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KBS 제공
이영자가 22일 서울 여의도동 KBS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18 KBS 연애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KBS 제공

2018년은 그야말로 ‘영자의 전성시대’였다. 대중은 그의 섬세한 맛 표현에 열광했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인생 조언에 감동했다. 여성 예능인을 홀대해 온 방송가에도 지각변동이 일었다. 개그우먼 이영자(50)에게 올해 KBS 연예대상이 주어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로 대상 후보에 오른 이영자는 22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18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해피투게더4’의 유재석, ‘불후의 명곡’의 신동엽, ‘1박2일’의 김준호,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동국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무대에 오른 이영자는 “‘안녕하세요’가 방송된 지 8년 됐는데 그동안 부끄러울 수 있는데도 마음속 이야기를 해 준 고민의 주인공들께 감사드린다. 신동엽씨 덕분에 교만해지지 않고 더욱 좋은 예능인이 되는 것 같다. 집에 계신 엄마가 이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객석의 동료들도 함께 눈시울을 적시며 기립박수로 축하를 보냈다.

앞서 2011년과 2012년 KBS 연예대상 쇼오락MC부문 여자최우수상도 받았지만 대상 수상은 데뷔 27년 만에 처음이다. KBS 연예대상 역사상 첫 번째 여성 대상 수상자라는 새 기록도 썼다. 이영자 개인에게도, 방송가에도, 뜻 깊게 기억될 만한 수상이다.

밤무대 진행자로 이름을 날리다 1991년 MBC 개그 콘테스트로 방송에 데뷔한 이영자는 등장과 동시에 스타가 됐다. 힘세고 억척스러운 여성 캐릭터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통통한 몸을 소재로 삼은 여러 유행어도 히트시켰다. 1993년 백상예술대상 코미디연기상과 1996년 한국방송대상 코미디언상도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다이어트 거짓 해명 논란’은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사실상 퇴출되다시피 방송을 떠나야 했고, 몇 년 뒤 어렵사리 복귀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저조한 시청률에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방송 도중에 진행자가 바뀌는 등 부침을 겪었다. 케이블 방송에 비해 보수적인 지상파 방송에서는 특히 기회를 얻기가 어려웠다.

이영자의 진행 능력의 비결은 ‘경청’에 있다. KBS 제공
이영자의 진행 능력의 비결은 ‘경청’에 있다. KBS 제공

이영자가 ‘안녕하세요’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안녕하세요’는 이영자가 대중과 다시 친근해지는 계기가 됐고 재기의 발판이 돼 줬다. ‘안녕하세요’도 이영자와 동료 MC들의 노력에 폐지 위기를 딛고 8년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KBS 예능국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 이영자가 고령인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지상파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마워하면서 남다른 애정과 노력을 쏟았다”고 전했다.

이영자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 준 건 MBC ‘전지적 참견시점’이다. 섬세한 맛 표현이 가미된 먹방에 온라인에서는 이영자의 맛집 리스트가 화제에 올랐고, 이영자가 다녀간 이후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액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면서도 주변을 살뜰히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에 호감도는 점점 커졌다. 가족의 빚과 관련한 논란도 금새 수그러들었다.

이영자 덕분에 노쇠해진 ‘안녕하세요’까지 새로운 활기를 얻었다. 이영자의 진행 능력도 재발견됐다. 과거 자신이 겪은 아픔과 콤플렉스를 내 보이며 출연자를 격려하는 그에게서 대중도 위로를 얻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영자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일반인과 교감하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올해는 이영자가 MC들의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까지 하면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다”고 평했다.

올해 예능계가 방송사를 막론하고 극심한 부진을 겪었기에 이영자의 활약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영자는 박나래, 김숙, 송은이, 장도연 등 예능계 흐름을 바꾼 여성 예능인들의 선두에 서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남성 예능인 중심으로 꾸려진 예능프로그램들이 변화 없이 제자리에 안주하면서 식상해지다 보니 올해 여성 예능인이 활약한 프로그램들이 더욱 신선한 재미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고 평했다.

KBS 연예대상에서도 10년 안팎 장수 프로그램들이 상을 나눠 가졌다. ‘안녕하세요’도 시청률 4~5% 수준으로 인기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영자의 힘으로 간간이 화제몰이를 했을 뿐이다. 이영자의 연예대상 수상은 여성 예능인의 폭넓은 호소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후광효과가 수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KBS 예능의 현실을 드러내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영자는 29일 열리는 MBC 방송연예대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KBS에서보다 MBC에서 그의 기여도가 커 2관왕도 점쳐진다. ‘전지적 참견시점’으로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무한도전’이 폐지된 MBC 예능의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서 그 어떤 후보보다 수상 가능성이 크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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