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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닮아가는 소비… 어르신ㆍ나홀로ㆍ소확행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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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닮아가는 소비… 어르신ㆍ나홀로ㆍ소확행 대세

입력
2018.12.23 16:38
수정
2018.12.23 2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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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에 진입한 일본에선 ‘성인용 분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일본 제약회사는 올해 이 제품 60만봉을 출하했다. 출시 첫해보다 출하량이 4배 가까이 늘었다. 분말 우유 1포를 물에 섞어 마시면 우유의 약 2배 분량의 단백질과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 고령자용 도시락 배달 서비스도 인기다.

패션처럼 민감한 트렌드에 뒤처지길 꺼리는 1인 가구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늘면서 일본에선 명품 가방과 옷을 대여하는 서비스도 성행 중이다. 명품 가방 대여 서비스 렉서스는 월 6,800엔(약 7만원)으로 루이비통 등 57개 명품 브랜드 가방을 자유롭게 빌려준다. 의상 3벌을 빌려주는 대여 서비스 메차카리의 이용요금은 월 5,800엔(약 6만원)이다.

고령 인구와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한국도 일본처럼 소비 경향이 크게 바뀔 거란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발표한 ‘인구 변화에 따른 소비시장 신 풍경과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인구 변화에 따라 국내에서도 △어르신 시장 확대 △나 홀로 소비 증가 △가치소비 확산 등이 급격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 60세 이상 인구(1,042만명)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겼다. 전체 인구(5,142만명)의 20.3%로, 2000년(516만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김인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조사팀장은 “소비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옛날 어르신들과 달리 이들은 구매력과 지출 의향은 물론, 온라인 쇼핑에도 능해 향후 소비 주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60세 이상 고령인구 및 1인 가구 수. 그래픽=강준구 기자
60세 이상 고령인구 및 1인 가구 수. 그래픽=강준구 기자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이미 활발하다. 70세 이상 고령층이 가계 금융자산의 60%를 넘게 갖고 있다는 조사가 나올 정도로 ‘큰손’이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세븐 앤 아이 홀딩스가 소유한 일본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을 위해 집 앞까지 소형트럭이 찾아가는 이동판매서비스까지 선보였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 역시 소비 경향 변화를 불러올 주요 요인이다. 2000년 15.5%에 그쳤던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8.6%까지 늘었다. 보고서는 “대규모 점포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식의 가족소비가 외식ㆍ조리식품을 선호하는 나 홀로 소비로 대체되고 있다”며 “독신 세대의 생활패턴을 반영한 편의점 간편식 같은 품목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 편의점 간편식 매출액은 2007년 2조7,086억엔(약 28조원)에서 지난해 4조4,231억엔(약 45조원)으로 증가했다. 일본의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이미 27.6%에 달했고, 2015년엔 34.5%까지 치솟았다. 소포장 상품을 늘려 1인 가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가격 부담은 줄인 일본 편의점 로손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고서는 또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인기소비를 거부하고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른바 ‘작은 사치’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물건을 소유하기보단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나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와 같은 신조어가 최근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인구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으려면 기업들도 소비 경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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