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연 1%에 머물면서 ‘쥐꼬리 이자’로 괄시 받던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빠른 속도로 ‘2%대 시대’에 다가서고 있다. 미국의 꾸준한 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가 수신금리를 밀어올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 정기예금(신규취급액 기준) 가운데 금리가 2% 이상인 예금 비중은 51.0%로 나타났다. 전달(38.5%)에 비해 12%포인트 이상 급등한 수치로, 금리가 2% 이상인 정기예금이 전체 정기예금의 절반을 넘은 것은 2015년 2월(69.3%)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2015년 3월(1.90%) 이래 2%를 밑돌던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조만간 2%대를 회복할 전망이다. 10월 현재 평균금리는 1.90%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9월(2.01%)부터 2%를 웃돌고 있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목돈 마련 수단이던 정기예금의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나 다름없는 1%대로 주저앉은 것은 오랜 저금리 탓이 크다. 2% 이상 3% 미만의 은행 정기예금 금리 비중은 2014년 4월 96.2%까지 올랐다가 한은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1%대(2015년 3월 1.75%)로 내려간 2015년에는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이 비중은 이후에도 꾸준히 줄어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2016년 6월 1.25%)를 기록했던 재작년 이후 연 2%대 정기예금은 사실상 실종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한은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직전 2%대 정기예금 비율은 40% 수준까지 급반등했다. 올해 들어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4차례 기준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국내 시중금리 상승세에 따라 30% 안팎을 유지하던 이 비율은 11월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8월 30.3%, 9월 38.5%, 10월 51%로 급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시중금리에 선반영된 셈이다.
은행권의 예대율 규제가 강화되는 점도 정기예금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세 완화를 위해 2020년부터 은행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최대 15% 늘리는 대신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15% 낮추는 내용이 담긴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데, 가계대출 잔액을 급격하게 줄이기 힘든 은행들이 고금리를 앞세워 예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율 맞추기에 나선 것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를 맞추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1년 안에 이를 조정하기엔 한계가 있어 결국 금리를 높여 예금 조달을 늘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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