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추적이 어려운 ‘어둠의 인터넷’ 다크웹(dark web)에서 각종 마약을 판매한 마약 유통상들이 대거 적발됐다.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을 통해 마약 사이트를 제작ㆍ운영한 범죄자가 검거된 사례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는 다크웹에 ‘한국형 마약장터’를 개설해 50회에 걸쳐 마약 매매를 알선한 사이트 운영자 신모(39)씨와 판매상 박모(22)씨 등 9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프로그래머 김모(35)씨와 함께 올 3월 다크웹에 마약류 전문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지난달까지 마약 이용자 636명을 회원으로 끌어 모았다. 판매상 박씨는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며 직접 재배한 대마로 해시시(대마 수지를 건조시켜 제조한 것)를 만들어 팔거나, 밀수한 엑스터시나 LSD(합성물질로 만든 환각제) 등을 판매했다.
미군이 개발한 다크웹은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크롬 같은 웹브라우저로는 접속할 수 없고, ‘토르’ 등 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다크웹은 IP를 자동으로 지우기 때문에 접속 기록 등이 남지 않아 음란물ㆍ마약ㆍ무기 거래 등 각종 범죄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통상 다크웹 사이트에서는 운영자와 판매상의 접속명(ID) 외에는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따로 개발한 특수 수사기법으로 이들을 추적해 검거했다. 검거된 마약 판매상들은 수사기관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암호화된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거래기록을 감추려고 가상화폐 일종인 다크코인(가상화폐 중 사이버범죄에 활용되는 것을 통칭하는 말)을 이용했다.
검찰은 “검거된 판매상들은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숙한 20, 30대였다”며 “마약 투약 전력이 없는 학생이나 무직자 등 젊은 세대들로 이용자층이 두터워지는 현상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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