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자영업자 취업자, 1년 전보다 9만 여명 줄어
고용보험 가입률은 0.3%뿐… 폐업 후 생계 막막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혼자 기계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정창환(가명ㆍ64세) 씨는 통계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이른바 ‘1인 자영업자’다. 30년 넘게 기계 분야에 몸담아온 그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제조업 침체로 3월부터 일감이 아예 끊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 씨는 “국민연금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사업이 어려워져 조기 수령했고, 고용보험(실업급여)은 가입이 안 돼 있다”며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생계를 꾸릴 방법이 없는데 1인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소규모 음식점(약 33㎡)을 운영하는 이영희(가명ㆍ56) 씨는 아침 7시부터 새벽1시까지 조리, 홀서빙을 모두 혼자하고 있다. 올해는 점포 인근에서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며 수입이 작년보다 약 50%(작년 200만→올해 300만원) 늘었다. 하지만 50대 중반의 몸으로 하루 18시간 중노동을 언제까지 버틸지 걱정이다. 장사를 그만둘 수도 없다. 모아놓은 목돈도, 고용보험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매달 보험료 7만6,000원이 너무 부담돼 3년 이상 체납했다. 그는 “지난해엔 건강보험료 6만원 내기도 버거웠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1인 자영업자의 폐업이 크게 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쟁이처럼 폐업 후 일정 기간 실업급여로 생계를 꾸리며 ‘재기’를 모색할 수 있는 1인 자영업자는 0.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영업자 중에서도 가장 영세한 1인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과감하게 이들에 대한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인 자영업자 취업자는 397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2,000명 줄었다. 작년 11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올해(1~11월) 월 평균 취업자 감소 폭은 8만9,000명(지난해 +4만4,000명)에 달한다. 물론 이들이 근로자로 취업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로 이동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폐업에 무게를 둔다. 통계청 관계자는 “과당경쟁에 경기마저 악화되며 1인 자영업자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발(發) 구조조정이 제조업에서 ‘임시ㆍ일용직→정규직’ 순으로 진행되듯, 자영업자 안에서도 1인 자영업자가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1인 자영업자 대부분은 도소매업, 숙박ㆍ음식업 등 자영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말단 하청업자와 다름 없는 일부 제조업 종사자나 중장비 기사 등 건설업 종사자 역시 경기 부진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이들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충격을 흡수할 ‘완충장치’는 전무하다.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85.9%인 반면 1인 자영업자는 0.3%다. 임금 근로자는 임금의 0.65%(+사업자 0.65%)를 보험료로 내지만 자영업자는 소득의 2.25%를 부담한다. 보험료 부담이 근로자의 3.5배다. 반면 실업급여는 최대 134만5,000원으로, 근로자(최대 180만원)보다 낮다. 또 창업 후 5년 내 자영업자만 가입할 수 있다. 같은 기간 1인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가입률도 54.0%(정규직 근로자 86.2%)에 그쳤다. 국민연금 가입 후 소득감소 등을 이유로 자영업자 스스로 장기체납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경제가 매년 7~8%씩 성장하지 않는 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도태되는 게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회보험마저 없으면 이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중기부도 20일 ‘자영업 성장ㆍ혁신 종합대책’을 통해 “1인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은 근로자에 비해 미흡해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관련 대책을 내놨다. 먼저 1인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때 걸림돌인 ‘창업 후 5년 이내’ 조건을 폐지하고, 보험료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은 기준보수(1~7등급) 1등급(소득 154만원)~4등급(211만원)에 해당하는 자영업자에 한해 보험료의 30~50%를 지원해주는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 등 일부 분야의 1인 자영업자만 가입할 수 있는 산재보험 업종을 전(全)업종으로 넓힌다. 당초 중기부는 1인 자영업자 지원책으로 이들 방안 외에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 보험료 50% 지원 (최저임금 수준 미만) △산재보험료 50% 지원(월 2만원 한도) 등을 검토했으나, 재정당국 반대로 최종안에선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안전망 강화에 첫 발을 디딘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조금 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한국형 실업부조(영세 자영업자가 폐업 이후 구직활동을 할 때 소득지원) 도입이 필요하나, 이는 기존 복지체계도 정비하고 관련 행정체계도 구축해야 해 단시일 내 도입이 쉽지 않다”며 “지금은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을 크게 늘리고, 반강제적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등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실업급여보다 지급수준은 낮아도 (포괄적으로) 자영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업부조를 추진하되 이는 지금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니, 일단 정부가 고용보험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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