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탁구선수권대회 결승까지 올라

제72회 종합탁구선수권 대회 최종일인 23일 제주 사라봉체육관에선 중ㆍ고교생 ‘탁구천재’들이 결승 무대에 올라 성인 실업 선수들을 상대했다. 연령대별 탁구선수들이 ‘계급장’을 떼고 붙는 이 대회서 ‘폭풍성장’한 모습으로 한국 탁구의 희망을 밝힌 주인공은 혼합복식에서 짝을 이뤄 준우승을 차지한 조대성(16ㆍ대광고)와 신유빈(14ㆍ청명중)이다.
한국 탁구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 받는 이들은 이날 혼합복식에서 실업팀 삼성생명 소속 조승민(20)-김지호(19)조에 2-3으로 져 우승을 놓쳤지만, 역대 최연소 혼합복식 콤비로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치며 정상을 위협했다. 게다가 둘은 단식에서도 맹활약하면서 형과 언니들을 긴장시키며 우승자들만큼이나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조대성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대광중 3학년이던 지난해 이 대회에서 당시 국내 남자단식 정상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상수(28ㆍ삼성생명)를 4-3으로 꺾고 4강에 올랐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형들을 파죽지세로 격파하며 한 걸음 더 내디뎠다. 그는 전날 준결승에서 실업 1년차 백호균(19ㆍ보람할렐루야)을 4-1로 완파하면서 역대 남자단식 최연소 결승 진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1983년 안재형 전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이 18세(고교 3학년) 나이로 우승한 적이 있지만, 결승 진출만 놓고 보면 조대성이 안 전 감독보다 빠르다.
조대성은 비록 장우진(23ㆍ미래에셋대우)과 맞붙은 결승에서 0-4로 패했지만 드라이브 대결에서 쉽게 밀리지 않은 데다 약점이던 백핸드도 보완된 모습이었다. 지난해 4강, 올해 결승에 오르며 정상 고지에 한 발 한 발 다가선 그는 “내년엔 꼭 우승하고 싶다”며 의지를 밝혔다.
그에겐 국내 정상만큼이나 꼭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일본의 탁구신동 하리모토 도모가츠에 내준 우위를 되찾는 것이다. 조대성은 4년 전 일본 오사카에서 동아시아 유망주들이 모인 호프스대회 때 하리모토를 꺾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하리모토가 지난 6일 인천에서 막을 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 남자단식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는 조대성은 “(하리모토의 활약이) 내게 큰 자극이 됐다”며 “꼭 하리모토를 추월하고 싶다”고 했다. 가깝게는 2020 도쿄올림픽, 멀게는 2024년 파리올림픽 무대에서 맞붙을 수 있는데, 조대성은 2024년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자신의 ITTF랭킹(215위)만 봐도 하리모토(5위)를 당장 따라잡긴 쉽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다.
조대성과 혼합복식에서 호흡을 맞춘 신유빈도 여자 탁구 차세대 에이스로 눈도장을 찍었다. 막 14세가 된 지난 1월 여자선수로는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신유빈은 이번 대회 단식 16강에선 ‘맏언니’ 서효원(31ㆍ렛츠런파크)에 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내리 3세트를 내주며 탈락했다. 신유빈의 이 대회 활약은 ‘언니’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됐다. 이날 여자단식에서 전지희(26ㆍ포스코에너지)를 4-2로 꺾고 우승한 서효원은 “(우승하기까지)신유빈과 대결이 가장 부담됐고, 그날 승리가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대회를 마친 신유빈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면서도 “내년엔 우승을 목표로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대성과 신유림은 내년 1월 충북 단양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