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보다 살이 더 쉽게 쪄... 뿔 없는 황소도 이미 생산 “인체에 위험 줄 수도” 우려
‘근육량이 더 많은 소, 뿔이 없거나 더운 날씨를 견디는 소, 바이러스에 내성이 강한 돼지, 털이 더 많은 양.’
각국의 생명공학 회사나 대학 실험실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각종 유전자조작 가축들이다. 유전자조작식물은 이미 식품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데 반해 유전자조작 동물은 아직 식품화 단계까지 나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 기술의 급진전으로 이런 동물이 식탁에 오르는 데는 이제 윤리적 법적 문제만 남은 상황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UC데이비스대 축산연구팀은 실제 성별에 상관 없이 수컷의 특징을 갖는 유전자 조작 소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달 유전자 조작 배아를 이식받은 암소 3마리가 내년 여름이면 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이 연구소의 유전학자 앨리슨 밴 이네나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흥분했다. 숫소가 암소보다 효율적으로 살이 찌는 까닭에 축산업계로선 이 기술이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이 연구소는 축산 농가가 힘겨운 뿔 제거 과정을 아예 피할 수 있도록, 뿔이 없는 황소도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해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유전자 조작으로 개발됐거나 개발중인 가축은 전 세계적으로 300종 이상이다. 찰스 롱 텍사스대 생물학 교수는 “유전자 조작 동물에 대한 기술적 도전은 다 이뤄졌다”며 “이제 할 일은 이를 실제로 생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유전자 조작 가축의 대량 생산이 목전에 닥쳤지만, 이를 식품화할 경우 인체에 미칠 영향이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의 시선도 여전히 강하다. 비판론자들은 가축 유전자 변형은 인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의도치 않은 돌연변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유전자 조작 없이도 가축의 생산성 자체가 향상되어 온 상황에서 굳이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을 감수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강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유전공학 사회센터의 제니퍼 쿠즈마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사람들이 식물보다 동물 유전자 조작에 대해 더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유전자 조작 가축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가르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일단 기술 혁신을 위해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데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0월 유전자 조작 가축의 위험성을 규제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WP는 내년이 유전자 조작 가축에서 얻어진 육류 혹은 유제품이 실제 식품으로 시장에 나올지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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