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연장 신청 기각되자 이번엔 특수배임 혐의 적용... 해외의 음모론 맞서 배수진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에 대한 일본 검찰의 구속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곤 전 회장이 21일 특수배임 혐의로 도쿄(東京)지검 특수부에 세 번째 체포되면서 지난달 19일 보수 축소기재 혐의로 체포된 이후 구속 기간이 한 달을 넘어서게 됐다. 해외 언론들이 “이상한 종교재판”이라며 일본의 형사사법제도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일본 검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혐의 입증을 위한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에선 검찰이 체포한 용의자를 구속상태에서 수사하려면 48시간 이내 법원의 구금(10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한 차례 연장 신청을 통해 10일을 추가할 수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유가증권보고서에 2010~2014년도 보수를 축소 기재한 혐의로 곤 전 회장을 체포한 뒤 법원에 구금을 신청했고, 한 차례 연장 허가를 받았다. 20일간의 구금이 종료되자, 2015~2017년도 보수 축소 기재 혐의로 다시 체포하며 10일간의 구금을 얻어냈다.
해외 언론들은 시기만 나눴을 뿐 검찰이 같은 혐의로 두 차례 체포한 것은 구속 수사를 장기화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검찰이 구속 기간 내 곤 전 회장의 자백을 받아내려는 ‘인질 수사’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때문인 듯, 일본 법원은 20일 2015~2017년도 보수 축소 기재 혐의에 대한 검찰의 구금 연장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해 일본 검찰이 법원에 신청한 6만2,721건의 구금 연장 신청 중 6만2,584건(99.78%)이 허가됐고 불과 137건(0.22%)만 기각된 걸 보면 이번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검찰은 즉각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곤 전 회장이 2009년 10월 당시 자신의 자산관리회사 손실 18억5,000만엔(약 187억원)을 닛산자동차로 이전했다며 업무상 특수배임 혐의를 적용해 체포한 것이다. 당초 체포한 혐의가 아닌 다른 혐의를 들어 구속을 연장한 셈으로, 수사의 본질도 보수 축소 기재가 아닌 특수배임 혐의에 있다는 것을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간 보수 축소기재는 닛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본인 경영진이 곤 전 회장을 몰아내려는 쿠데타”라는 의심을 받아 왔다. 검찰이 닛산 측과의 사법거래를 통해 곤 전 회장의 정보를 습득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만약 검찰이 곤 전 회장의 특수배임 혐의를 입증한다면, 이러한 음모론을 해소할 수 있어 일본 언론들은 검찰이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검찰의 세 번째 체포에 대한 구금 여부 결정에 따라 곤 전 회장에 대한 구속은 최장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수배임 혐의도 부인하는 곤 전 회장과 해외의 비판에도 혐의 입증에 자존심을 건 검찰의 대결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