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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박창진이 조현아 민사소송비 전액 물게 된 사연은

입력
2018.12.23 12: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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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가 3000만원 배상해야” 판결 났지만 

 법원에 낸 공탁금 때문에 패소 

 박창진이 대신 부담할 변호사비 한도는 1040만원 안팎 

박창진 전 사무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창진 전 사무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9일, ‘땅콩회항’ 사건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이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4건에 대한 선고 공판(1심)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습니다.

재판부는 2014년 12월, 기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 전 사무장을 폭행하고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조 전 부사장과 사건 무마를 위해 회유, 협박을 일삼은 대한항공 측에 각각 3,000만원(2억원 청구), 2,000만원(1억원 청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박 전 사무장이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된 것을 두고 제기한 부당징계 무효확인 소송과 손해배상청구(대한항공에 1억원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와 함께 대한항공이 지출한 소송비용의 90%와 조 전 부사장이 지출한 소송비용 전액을 박 전 사무장이 부담하라고 덧붙였습니다. 패소한 측에서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현행 민사소송법에 따른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참 황당한 판결입니다. 박 전 사무장이 대한항공에 청구한 2억원 중 10%(2,000만원)만 배상책임이 인정돼 대한항공 소송비용의 90%를 대신 부담하는 것처럼 조 전 부사장의 소송비도 85%(청구액 2억원 중 15% 인정)만 부담하면 되는데 전액을 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조 전 사장이 법원에 미리 낸 변제 공탁금 1억원에 있었습니다. 공탁금은 당사자 간 합의에 실패했을 때 가해자가 합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법원에 맡기는 돈(가해자가 생각하는 합의금)인데요, 배상액이 공탁금보다 작거나 같으면 배상이 이미 이뤄진 것으로 보고 원고의 청구는 기각됩니다. 공탁금은 통상 피해자가 재판 결과에 상관 없이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조 전 부사장에게 3,000만원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판결은 박 전 사무장의 일부 승소가 아닌 기각(패소)으로 내린 것도 이 같은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때문에 형식상으로 패소한 박 전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의 소송비를 전액 물어주게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 가지 의심이 생깁니다. 배상책임이 일부 인정될 것을 예측한 조 전 부사장 측에서 수를 써서 선고 직전에 공탁금 1억원을 낸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입니다. 배상액이 1억원 이하로 정해지면 박 전 사무장은 무조건 패소(기각)해 소송비 전액을 물어줘야 하니까요. 조 전 부사장 측은 5대 로펌인 화우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꼼수는 불가능하다는 게 법원 설명입니다. 피고(혹은 피고인) 측에서 공탁금을 내면 법원에서 △상대방과 합의 시도 없이 공탁금을 낸 건 아닌지 △선고 직전에 터무니없이 공탁한 건 아닌지 등 검증을 거친다는 겁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이번에 재판부가 공탁금의 효력을 인정하고 기각 판결을 내린 건 조 전 부사장이 이러한 고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1억원을 법원에 공탁한 시점은 선고 직전이 아닌 조 전 부사장이 항공보안법위반, 업무방해 및 강요죄로 땅콩회항 사건의 형사재판을 받던 2015년 초라고 합니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사건이 맞닿아 있으면 형사소송 당시 맡겨둔 공탁금이 민사소송에서 인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고가 손에 쥐는 돈(손해배상금을 포함한 공탁금)보다 물어줘야 하는 소송비용이 많아지는 일도 없다고 합니다.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는 소송비용의 부담 한도가 정해져 있어, 상대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썼다고 해도 실제 지출액 전부를 부담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대법원의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따라 박 전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 대신 부담할 소송비(송달료, 증인 여비 등 제외) 한도는 1,040만원 수준 안팎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3,000만원이지만 박 전 사무장은 공탁금 1억원을 모두 받게(별도 조건이 없을 경우)됩니다.

공탁금을 포함해 총 1억2,000만원(대한항공 2,000만원 포함)을 받게 된 박 전 사무장, 애초 청구액의 10%만 배상하면 되는 대한항공, 공탁금 1억원은 썼지만 형식상으로 승소한 조 전 부사장. 이번 판결의 승자가 누구냐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깁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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