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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사권 조정, 검찰 눈치 보지 말라

입력
2018.12.24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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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사권 조정 논의 내용들을 보면, 수사ㆍ기소 분리의 사법민주화 원리를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는 사개특위 위원과 전문가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것 같다. 올해 5월 서울신문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약 70%가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는 등 국민들의 여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좀처럼 논의에 진척이 없는 것은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 여전히 거센 까닭으로 보인다.

“경찰권에 대한 견제를 위해 ‘인권보호기관’인 검찰의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 “수사권 조정에는 반드시 자치경찰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참여정부 시절부터 수사권 조정에 반대해온 검찰의 주된 논리다. 그러나 이는 논의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지연 전략에 불과하다.

검찰은 경찰이 인권 침해 기관이므로 자신들의 사법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러나 수사 행위 자체가 범죄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 소유물을 압수하고, 사람을 체포ㆍ구속하는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본질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공소 유지라는 본래의 기능을 넘어서 광범위한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가 어떻게 인권보호기관임을 자처할 수 있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만 108명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검찰에 자살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던 사실을 검찰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이 독점하여 인권 침해와 진실 왜곡의 문제가 심각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을 담은 것이 수사권 조정임을 주지해야 한다. 촛불 혁명에서 국민들이 검찰을 적폐청산 1순위로 꼽았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사권 조정은 바로 검찰개혁의 시발점이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검찰총장이 지난 11월 8일 사개특위에서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자치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사법통제를 최소화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수사권 조정도 이루어진다”고 발언한 바와 같이 자치경찰제를 줄기차게 수사권 조정과 연계시키려는 검찰의 반대 논리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지난 11월 13일 발의된 이후, 사실상 정부 법률안으로 확인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은 6월 정부 합의문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던 ‘자치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경찰의 수사 기능 대부분을 자치경찰로 이관시킨 후 자치경찰을 지휘하면 결국 지금과 다를 바 없이 검찰이 형사사법체제를 독점하려는 검찰의 속내를 반영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검찰 개혁에 대한 논의가 들불처럼 일어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고 검찰권 남용의 폐해를 방지하자는 것이 국민의 여망이 아니었던가.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 혁명을 거치면서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은 정말 뜨거웠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수사권 조정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 대선 공약은 지난 6월 검찰의 직접수사를 폭넓게 인정하는 정부 합의안으로 대폭 후퇴하더니, 급기야 11월에는 오히려 검찰의 입장에 치우친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수사권 조정을 지연하고 방해하려는 검찰의 논리에 더 이상 국회가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개혁대상의 눈치를 보는 개혁은 더 이상 개혁이라 부를 수 없다. 어설픈 타협은 본질을 흐리고 기대했던 변화를 좌초시킨다. 국회는 정부 합의안이나 검ㆍ경 양 기관의 이해를 떠나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만을 바라보고 수사권 조정 논의에 임해야 한다. 국민의 염원과 시대정신을 올곧이 반영한 수사권 조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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