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에 위치한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서울 강동경찰서와 소방당국은 22일 오전 11시 4분쯤 강동구 천호동의 2층 빌딩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불은 16분만에 완전히 꺼졌으나, 이 사고로 2층에 있던 박모(50)씨가 사망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46)씨도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숨을 거뒀다. 이들과 함께 있던 3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불이 난 건물은 ‘천호동 텍사스’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 내 천호2구역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천호뉴타운 재개발지역으로 지난해 12월 지정돼 최근 철거를 앞두고 있는 곳이었다. 1층에는 성매매 업소가 위치해 있으며, 사상자가 발생한 2층에는 여성 합숙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에 대부분 여성이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건물은 화재에 취약했다. 벽돌과 슬라브 지붕으로 지어진 지 50년 가까이 됐으며,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그간 발생한 각종 화재를 추적 분석해 향후 건축허가를 낼 때는 화재에 강한 건축자재와 양식 등을 쓰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취약지역 사고가 빈발한 겨울철에는 사고 예방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화를 피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천호2구역은 지난달 30일까지가 2차 이주완료 기간이었으나, 223세대 중 18세대가 아직 이주하지 않았다"며 “화재가 난 건물 또한 이주가 완료되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 구역은 7월 말까지 이주를 완료하기로 돼 있었으나, 재건축조합과 건물 소유주 간 명도소송이 진행되는 등 보상금 규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갈등이 지속돼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소방은 ‘펑 소리가 났다’는 최초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1층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건물이 건축법 등 관련 법률을 위반했는지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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