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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당뇨약 'SGLT-2 억제제' 비만과 고혈압에도 효과

입력
2018.12.25 14: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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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당뇨병 환자. 게티이미지뱅크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당뇨병 환자. 게티이미지뱅크

당뇨병은 혈당이 높아지는 병이다. 고혈당은 혈액을 통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여러 장기들에 나쁜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희생양이 심장(心臟)이다. 심장 근육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근경색이 된다.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이며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2-4배 정도 위험도가 증가한다.

심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심부전(心不全)은 심근경색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는데, 당뇨병에 심부전까지 겹치면 사망률이 5배 이상 뛴다. 신장(腎臟)도 당뇨병이 노리는 장기이다. 신장이 망가져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당뇨병이다.

따라서 혈당 조절은 심장과 신장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런데 혈당 조절로 인한 합병증 예방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데 고민이 있었다. 혈당을 통해 심장을 보호하고 사망률을 줄이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유익이 필요한 환자들에겐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래서 심혈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혈당뿐만 아니라 혈압, 콜레스테롤, 비만, 흡연 등 여러 위험요인들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당뇨약이 등장했다. ‘SGLT-2 억제제’라 불리는 이 약은 혈당을 소변으로 빼준다. 혈당이 넘쳐 소변으로 나가는 당뇨병을 오히려 당뇨(糖尿)를 통해 역설적으로 치료한다. 통상 밥 한 공기 정도인 300㎉를 매일 소변으로 내보내 혈당을 낮춘다. 이는 한 시간 반 정도 땀을 흘리며 운동해야 소비할 수 있는 열량이다. 또한 포도당이 나가면서 수분과 염분도 함께 내보내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혈당을 낮출 뿐만 아니라 비만과 고혈압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삼조’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을 통해 이 약제가 생명을 구하는 약제임이 증명되었다. 그 어떤 당뇨약도 단기간에 보이지 못한 놀라운 효과이다. 더군다나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서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비교적 건강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에서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과 심혈관 사망을 줄였다.

덧붙여 신장 질환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콩팥 기능의 악화도 막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33개국 1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약 4년간 진행된 대규모 연구결과다. ‘DECLARE (Dapagliflozin Effect on Cardiovascular Events)’라는 이 연구를 통해 당뇨약 하나로 당.신.심(糖.腎.心)에 효과가 있음이 선언된 것이다. 우리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의 대부분은 심혈관 질환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이 연구가 주는 의의는 막중하다.

이제 환자들도 혈당에만 주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병원 방문 때마다 혈당뿐만 아니라 혈압, 콜레스테롤, 비만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자. 또한 심장이나 신장 등 중요 장기에 합병증이 생기거나 진행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한 가지만 더 기억하자. 모든 약제가 그렇듯이 SGLT-2 억제제도 드물지만 부작용이 있다. 소변으로 수분을 내보내기에 하루 한두 컵 정도의 물을 마셔 탈수를 막아야 한다. 소변으로 포도당이 나가기에 특히 여성에게 생식기 가려움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생명을 구하는 약제로 등장한 이상, 이런 부작용을 염두에 두면서도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약제라 할 만하다. 차제에 우리나라의 보험기준도 이런 약제의 사용에 좀더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연말이 되면 당뇨병 환자들에게 드리는 인사가 있다. 질병에도 불구하고 잘 이겨낸 스스로를 창찬하고 격려해 주시라고 말이다. 당ㆍ신ㆍ심을 잡는 당당한 당뇨인으로 새해에도 건강하기를 기원한다.

김신곤 고려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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