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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남기고 떠나는 비건 미 대북대표… 북한, 협상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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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남기고 떠나는 비건 미 대북대표… 북한, 협상 나올까

입력
2018.12.22 11:00
수정
2018.12.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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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지원 시사하고 판문점 가서 “응답하라, 北”

제재 해제 바라는 北, 南에 대미 설득 압박할 수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정부서울청사 엘리베이터에 올라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정부서울청사 엘리베이터에 올라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북 실무 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박 4일간의 방한 일정을 끝내고 22일 미국으로 떠난다. 방한 기간 청와대ㆍ외교부ㆍ통일부를 두루 돌며 인도적 대북 지원 시사 등 유화 메시지를 잔뜩 쏟아낸 것도 모자라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된 판문점까지 찾는 성의까지 보이고서다.

‘조만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미 정부발(發) 의지 신호 말고는 최근 북미 협상을 진전시킬 만한 별다른 재료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방한 계기에 비건 대표가 협상 재개를 위해 내민 ‘당근’을 북한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가 향후 협상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비건 대표의 대북 유인책은 ‘제재 유지’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최대한 성의를 보이는 방식이다.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부터 비건 대표는 “(미국 국민들이)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북한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며 대북 인도 지원 확대 가능성을 작심한 듯 언급했다. 8월 부임 이후 앞선 네 차례 방한 당시 입국장에서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없다”(10월 28일)나 “어떻게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협의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9월 10일) 등 방어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1일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 뒤에는 추가 선물까지 쏟아냈다. 회의를 공동 주재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관심이 쏠린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이 26일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하면서 “남북 간 유해 발굴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고, 북한 동포에 대한 타미플루 제공 문제도 해결됐다”고 덧붙였다.

19일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만난 정부 인사들. 왼쪽부터 조명균 통일부 장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연합뉴스.
19일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만난 정부 인사들. 왼쪽부터 조명균 통일부 장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연합뉴스.

이어 통일부가 “남북 간 인플루엔자 협력의 일환으로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신속 진단 키트를 북측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사실을 감안할 때, 이 본부장의 발언은 타미플루 제공 관련 사안에 대한 대북 물자 반출을 포괄 면제하는 쪽으로 미측과 협의를 완료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20일에는 판문점도 찾았다. 북측 관계자와의 회동 계획도 없는 채로다. 9ㆍ19 남북 군사합의 이행에 따른 판문점 일대 변화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된 판문점을 방문하는 행보를 통해 대북 협상을 향한 미국의 의지 내지는 진정성을 보이려 했던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애초 주장해온 것은 제재 대상이 아니던 대북 인도 지원의 활성화가 아니라 대북 제재 해제였다는 점에서,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보인 성의를 북한이 선뜻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북한은 비건 대표 방한 이틀째인 20일 조선중앙통신으로 타전한 개인 명의 논평을 통해 “우리는 제재 따위가 무섭거나 아파서가 아니라 그것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에 문제시하는 것”이라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종식과 부당한 제재 해제 등 사실상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이튿날인 21일 “독자 및 유엔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한미 워킹그룹이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대남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미 간에 확대된 소통 채널을 통해 북한의 요구와 입장의 관철에 필요한 대미 설득에 더욱 적극 나서라고 남측에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대남 선전 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21일 ‘아전인수격의 어리석은 자화자찬’이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을 실어 “‘한반도 운전자론’을 떠들기 전에 미국 등의 제재ㆍ압박 책동에 편승해 남북관계를 침체시킨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남측을 비난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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