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문제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외정책에서 이견을 보였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20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지난 2년간 뛰어난 성과를 낸 매티스 장관이 2월말 은퇴한다. 곧 새 장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700일이 되는 이날 사임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정부 내 ‘어른의 축(axis of adults)’ 또는 ‘트럼프의 장군들’이라 불렸던 기존 미국 주류 외교정책을 대변하는 인사들이 정부를 이탈하게 됐다. 트럼프표 ‘미국 우선주의’와 기존 미국 주류의 외교안보 전략 사이 간극을 메우려 했던 이들이 사라지면서 향후 미국 외교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의 사임으로 트럼프 정부 출범을 함께했던 존 켈리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 핵심 인사들이 모두 물갈이 됐다.
이날 국방부가 공개한 사임 의사를 밝히는 서한에서 매티스 장관은 “내 입장은 동맹을 존중하고 악의적인 행위자나 전략적 경쟁 세력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40년 이상 이 분야에 몰두하면서 내가 강하게 유지해 온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정책 노선에 반대해 사임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드러낸 셈이다.
매티스 장관은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최근 이슬람국가(IS) 격퇴 연합을 언급하며 이들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공조했음을 강조했다. 이는 매티스 장관이 시리아 주둔 미군 전부와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절반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반발해 사퇴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와 일맥상통한다. 이 서한에 대해 미국 보수잡지 내셔널리뷰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사가 서신을 통해 대통령이 적을 충분히 경계하지 않고 동맹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며 미국 지도력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주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이전부터 여러 정책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차를 노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동맹 분담금을 압박할 때, 그는 나토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안심시켰다. 지난해 북한에 무력 행사 방안을 검토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올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거꾸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회의적으로 관측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의의 조치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명령한 한미연합훈련 축소도 경계하는 입장이었다.
국내 의제에 있어서도 매티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손발이 맞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매티스 장관이 성전환자의 미군 복무 금지, 우주군 창설, 재향군인의 날 기념 워싱턴의 대규모 군사행진 등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비용 문제 등을 들어 견제해 왔다고 분석했다. NYT가 인용한 매티스 장관의 측근들은 그가 군과 국방부의 입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내각 안에 남았으나 이번 철군 결정으로 인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관측했다.
이로서 미국 언론이 ‘어른의 축’으로 부르던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모두 이탈했으며 이들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가깝기는 했지만 유엔에서 러시아와 북한을 압박하며 주류의 입장도 반영했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역시 10월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매티스ㆍ켈리ㆍ맥매스터와 함께 ‘트럼프의 장군들’의 일원으로 꼽힌 조지프 던퍼드 합동참모의장도 임기 만료이기는 하지만 은퇴를 앞두고 있다.
현재 남은 트럼프 외교안보라인의 대표 인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 역시 시리아 철군에는 반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과거 행적으로 보면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복하는 ‘충성파’ 인사로 분류되기에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은 낮다. 그나마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한 매티스 장관마저 사라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를 막을 수 있는 인사는 없는 셈이다.
외교안보 의제에서 주류 정치권의 입장을 대변할 내부자가 사라진 셈이라 미국 정치권도 당적을 막론하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후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은 미국에 필수적인 일이다. 이런 명확한 원칙을 공유하는 매티스 장관이 행정부를 떠난다는 소식에 유감을 표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CNN방송에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안정을 대변하는 인물로 우리에게 안도감을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의 ‘마이웨이’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의 사임 소식으로 우려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의 축소를 명령했다. WSJ가 인용한 관계자에 따르면 조만간 병력 1만4,000여명 가운데 절반인 7,000여명 정도가 귀국할 예정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물갈이 되는 트럼프 정부 1기 주요 각료 _ 송정근 기자](http://newsimg.hankookilbo.com/2018/12/21/201812211755083261_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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