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중국인 해커 2명 기소에
중국은 “매우 악질적” 거세게 반발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사이버 절도’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시점상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堀起ㆍ우뚝 섬)에 화력을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 반면 중국은 양보는 하되 항복하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최소 12개 국가에서 안보기밀과 영업비밀, 지식재산권 정보를 빼내기 위해 해킹을 저지른 혐의로 중국인 해커 2명을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PT 10’으로 알려진 이들 해커는 2006년부터 금융ㆍ통신ㆍ생명공학ㆍ자동차ㆍ바이오 분야 민간기업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정보를 훔쳤고, 해군과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에너지부 등 미국 정부기관 전산망에도 침투했다.
공소장은 특히 이들이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와 직접 연계돼 있다고 적시했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사기이자 도둑질”이라고 중국을 비난했다. 기자회견에는 법무부ㆍ국무부ㆍ국토안보부ㆍ연방수사국(FBI) 등 관계부처가 총출동했고, 영국ㆍ일본ㆍ호주 등 미국의 안보 동맹국들도 중국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담화를 통해 “중국은 상업적 기밀을 훔치는 어떠한 행위에도 가담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으며 미국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조치를 ‘매우 악질적’이라고 비난한 뒤 “미국이 외국 정부ㆍ기업ㆍ개인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사이버 기밀 절도와 도청을 자행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중국에 대한 모략을 중지해야 양국관계의 손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 정부의 이번 중국인 해커 기소를 주화입마(走火入魔ㆍ자신의 힘에 취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함)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 과학기술 현대화의 선봉이 해커라고 생각하는 중국인은 아무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논란은 미국이 중국의 ‘기술 도둑질’ 문제를 무역협상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여기는 상황에서 벌어진 만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 1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은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절도 등의 구조적 해결 방안이 협상 의제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까지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으며 체계적ㆍ고의적인 지재권 절도나 해킹을 시인한 적도 없다. 이를 감안한 듯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이번 중국인 해커 기소는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압박”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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