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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이란 견제 위해 위험인물 후세인 지지... 빈살만 감싸는 美, 실수 반복할 수도

입력
2018.12.23 16:00
수정
2018.12.23 20: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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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지난 2004년 7월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지난 2004년 7월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라크와 중동, 그리고 세계를 사정 없이 파괴한 잔인하고도 기회주의적인 이라크의 독재자’

2006년 12월 30일 영국 가디언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부고 기사에서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주민 학살 등 반(反) 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후세인 전 대통령은 이날 교수형에 처해졌다. 앞서 그는 걸프전을 일으켰다 패배한 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에 체포됐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1937년 4월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폭력성은 불운한 성장 과정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가디언은 “다른 소년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철창을 들고 다녔고 그것이 악의적인 잔인성의 도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1979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세인 전 대통령은 24년간 이라크를 통치하면서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1980년 9월 반대파인 시아파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고, 1990년 8월엔 경제가 파탄이 난 상황에서 석유자원을 노리고 쿠웨이트를 침략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계속된 전쟁으로 이라크 국민들이 죽어 나갔다. 1988년까지 20만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후세인 전 대통령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10년이 넘은 지금, ‘제2의 사담 후세인’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 출신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가 빈살만 왕세자라는 여러 가지 증거가 나오는데도 그를 감싸고 있다. 책임을 물어야 하는 시점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오히려 미국과 사우디의 전략적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10월 말 ‘무함마드 빈살만은 다음의 사담 후세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늘날 트럼프 행정부의 빈살만 왕세자에 대한 지원은 과거 사담 후세인에 대한 미국의 불운한 지지와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1980년대 중ㆍ후반까지 후세인 전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중동에서 힘을 키웠는데, 미국은 당시 후세인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사실을 알았지만 방관했다. 88년 9월 국무부 메모에는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는 우리의 장기적인 정치 및 경제적 목표를 위해서 중요하다”라고 쓰여 있다.

포린폴리시는 “이란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빈살만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는 그가 자국민과 주변국에 과격한 행동을 하게 할 뿐 아니라 결국엔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위협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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