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20일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재임 중) 혁신성장을 위해 한 발짝도 못 나갔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이씨의 정부 경제정책 자문역 자진사퇴는 지난 11일 ‘J노믹스’ 설계자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사의를 밝힌 지 채 10일도 안 된 시점에 나온 것이다. 이 대표는 일단 경제부총리 교체 등에 따라 새 인물이 역할을 맡아 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직을 맡은 지 채 5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의 자진사퇴는 ‘물갈이’ 차원이라기 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의미가 커 보인다. 특히 그는 차량 공유 플랫폼 회사인 쏘카 대표로서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공유경제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공유경제의 진전을 위해 애를 썼고 기재부도 열심히 했지만, 기재부 혼자 규제 풀자고 나선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데 힘에 부쳤다”는 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의 카풀 반대시위 등을 거론하며 “택시업계 등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점에 많은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김 부의장의 사의에 이어진 이번 일은 이 대표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현 정권의 혁신성장 추진에 대한 회의감의 표출로 보는 게 타당하다. 특히 “기재부 혼자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는 대목은 청와대와 여당 내의 저항으로 혁신성장 방안이 번번이 좌절되는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봐야 한다.
김 부의장도 “대통령은 잘 듣는데, 참모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다”며 정권 내 ‘불통’을 자주 개탄했다. 사실 혁신성장 저항은 공유경제에 그치지 않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규제완화 법안은 물론, 근로시간 단축이나 원격의료 같은 이해상충 사안마다 청와대와 여당 내의 정략ㆍ이념적 판단이 개입되는 바람에 의사 결정이 안 되고 있다. 경제활력과 규제완화 목소리만 높일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정권 내 의사 결정 시스템 문제와 국회 협조 등 혁신성장이 가동될 여건부터 돌아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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