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화를 하지 않고 떠들기만 하죠. 경청하진 않고 흘려 들을 뿐. 아무도 이 침묵의 소리(the sound of silence)를 깨트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요.’
1965년 미국 듀오 ‘사이먼&가펑클’이 부른 ‘침묵의 소리‘(The Sounds of Silence)는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곡이다. 이른 새벽 뉴욕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28세 여성이 35분 동안 잔혹하게 폭행당해 숨을 거둘 때까지 주민들 중 아무도 나서지 않은 사건이다. ‘침묵의 소리’는 이처럼 자신과 무관하면 방관하는 세태를 철학적 가사로 비판했다.
그간 휴대폰 컬러링으로 정책 의지나 메시지를 표현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내년 1월부터 이 노래를 컬러링으로 쓰겠다고 21일 예고했다. 우리 사회가 심각한 소통 부족과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하는 집단으로 분열돼 서로 갈라져 있다는 우려의 뜻을 담았다. 김 위원장은 20일 출입기자 송년간담회에서 “최근 우리사회가 둘로 쪼개져 같은 한국 말을 쓰지만 소통자체가 불가능한 사회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해야 한다"며 “떠들지만 말고 대화하고, 흘려 듣지 말고 경청하자는 바람에서 이 노래를 컬러링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위원장의 컬러링은 록밴드 ‘비지스’의 ‘잊지 말아요’다. 각별한 사이였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지난달 10일 청와대를 떠날 때부터 사용해 왔다. 그 전에는 프랑스혁명을 노래한 알 스튜어트의 ‘베르사유 궁전’을 컬러링으로 써, “재벌개혁은 혁명이 아니라 진화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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