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후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사건 피해자들이 과거 검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만든 진상조사단이 다시 한번 잘못된 수사를 했다며 조사팀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수사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해당 검사(현 변호사)는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피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나라슈퍼 사건 피해자들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누명에 이어 당시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했던 전 검사에게 손해배상까지 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며 “대검찰청 진상조사팀 교체와 책임 있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사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피해자 주장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 진상조사단은 17일 ‘당시 수사를 지위한 최 전 검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제출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 결론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조만간 결의 내용을 확정해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례 사건은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으로 당시 경찰은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던 최모씨 등 3명을 범인으로 체포했다. 이들은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3∼6년이 확정됐다.
문제는 11월 또 다른 용의자 3명이 진범으로 지목됐음에도 검찰이 “피의자들이 자백을 번복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최씨 등 3명을 기소하고 이후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사는 모두 최 변호사였다.
이 사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진범 중 한 명인 이모씨가 2015년 “나를 비롯한 3명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양심선언을 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고 결국 재심 재판을 거쳐 2016년 11월 무죄가 확정했다.
이에 최씨 등 3명은 국가와 최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작년 말 출범한 과거사위원회도 이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조사 실무를 맡은 대검 진상조사단이 최 변호사에게 수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절차를 어기거나 내용을 조작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조사단이 부실ㆍ편파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으로 재심 과정을 이끌었던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은 강도치사 사건임에도 조사팀은 진범에게 나라슈퍼 할머니를 어떻게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를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맡은 조사5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부실 조사 의혹이 제기돼 피해자와 여성단체 요구로 사건을 다른 팀으로 넘긴 바 있다. 당시 문제제기로 조사5팀은 김학의 사건과 ‘낙동강 2인조 강간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고 삼례슈퍼 사건에만 전념해왔다.
피해자들은 조사단의 잘못된 결론이 최 변호사 소송의 빌미가 됐다는 주장도 했다. 최 변호사는 최근 삼례 3인조에게 손해배상금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박 변호사에게도 소송을 걸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수사했는데 이제 와서 자신을 공격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주장”이라며 “조사단이 부실 조사로 면죄부를 주자 소송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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