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20일 소득 축소기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의 구금 연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준항고했지만 법원은 이마저 기각하면서 곤 전 회장 변호인 측은 보석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東京)지방 법원은 이날 곤 전 회장과 그레그 켈리 전 전 대표이사에 대한 검찰의 구금 연장 청구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NHK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은 변호인 측의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진다면 곤 전 회장이 이르면 21일 구치소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구금 연장 청구가 허용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한 달이 넘는 장기 구금과 동일 혐의에 따른 두 차례 체포 등 세계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일본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곤 전 회장과 그레그 전 대표이사는 지난달 19일 2010~2014년 간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고 이후 한 차례 구금 연장을 통해 20일 간 구금됐다. 이어 지난 10일엔 2015~2017년 보수도 축소 신고한 혐의로 재체포됐다. 일본 형사소송법 상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에 한해서 10일 간 구금 연장이 인정된다.
그러나 유가증권 보고서에 소득을 축소 기재했다는 동일 혐의에 대해 2010~2014년, 2015~2017년으로 시기만 나눠 두 차례에 걸쳐 체포, 구금한 것을 두고 해외 언론들은 ‘장기 구금’이라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더욱이 곤 회장 등에 대한 조사에서 변호사의 입회를 허용하지 않고 가족 면회도 제한한 것에 대한 해외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곤 전 회장의 체포에 대해 프랑스 언론은 “닛산에 의한 음모”, “곤 전 회장에 대한 쿠데타”라고 비판했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상한 종교재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이 체포 이전부터 사법거래에 의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놓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증거 인멸의 우려가 낮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에서는 장기 구금을 통해 자백을 강요하는 수사방법을 ‘인질사법’이라고 부른다. 특히 특수부가 다루는 사건에서 혐의를 부인할 경우 구금이 장기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법원이 검찰의 구금 청구를 기각한 비율은 지난해 3.9%, 구금 연장 기각률은 0.21%에 불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초점은 곤 전 회장 측 변호인의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질지 여부와 보석될 경우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곤 전 회장은 임시이사회를 통해 회장직에서 해임됐으나 아직 주주총회가 열리지 않은 관계로 여전히 이사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보석이 결정될 경우엔 증거 인멸 방지를 위해 공범, 사건 관계자들과의 접촉 금지, 거주지 또는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조건이 수반되는 게 일반적이다. 곤 전 회장 체포 이후 닛산과 르노 간 경영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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