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구미시 ‘기술닥터’ 사업
경북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 4단지내 위치한 지에스디(GSD)는 액정화면(LCD)패널 가공 전문업체다. 대기업에서 납품받은 LCD패널을 고객들의 주문에 따라 맞춤형 절단 및 케이블과 구동회로 장착 등의 후공정으로 가공하는 게 GSD의 주요 사업이다. 2008년 설립된 GSD는 현재 30명의 종업원으로 운영하면서도 이 분야에선 실력을 인정 받은 알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GSD에서 가공된 LCD 제품은 버스정류장이나 대형마트, 요금소(톨게이트) 하이패스 안내판 등에 사용된다.
GSD가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이 중에서도 툭하면 불거진 후공정 문제는 납기 차질까지 가져오면서 GSD의 발목을 잡아왔다. 무엇보다 모델이 바뀔 때마다 수작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장시간에 비효율적이면서도 생산성 손실이 컸다.
하지만 GSD를 괴롭혔던 이 골칫거리는 올해 7월 시에서 파견한 외부전문가 도움으로 해결됐다. 이 외부전문가는 현장의 문제점을 한눈에 찾아냈고 회사측 기술진과 함께 공정 및 설비개선에 착수했다. 결과는 생산성에서 드러났다.패널 생산물량은 하루 300대에서 500대로 늘었고 가장 큰 문제였던 생산프로그램 설치시간이 기존 2시간30분에서 무려 170초까지 단축됐다. 덕분에 납기일 걱정은 사라졌고 매출 또한 덩달아 뛰었다. 지난해 80억원에서 올해 120억원으로 매출을 끌어올린 GSD는내년엔 올해보다 15% 이상의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양행모 GSD 생산팀 부장은 “외부전문가가 오더니 안에서 보지 못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찾아냈고, 개선책도 마련할 수 있었다”며 “공정개선이 다소 모험이었지만 생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게 됐다”고 만족해 했다.
2010년부터 시행 중인 구미시의 ‘기술닥터’ 사업이 지역의 영세 중소기업들에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닥터란 지역 대학과 국가출연연구소 등에 재직 중인 기술 전문가들이 중소벤처기업에서 겪고 있는 기술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현장맞춤형 사업이다. 시에서 100여명의 기술닥터 인력 및 사업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예산지원과 함께 이들을 상호 연결시켜주는 형태로 진행된다.전문성에 목마른 영세 기업들에게 기술닥터는‘가뭄 속에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기술닥터는영세 중소기업들의 신제품 개발에서부터 시제품제작과 사업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시의 기술닥터사업은 기간과 내용에 따라 2가지 형태의 지원으로 이뤄진다. 먼저 중소기업애로기술지원은 3~6개월 동안 기술닥터가 출동, 기업이 직면한 기술적 문제나 설비공정 개선을 단기간에 제공한다. 최대 3,000만원의 사업비 중 25%만 기업이 부담하면 된다. 현장애로기술지원의 경우엔 300만원 한도 내에서 기술닥터가 10회까지 현장을 방문, 기술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하거나 과제를 모색하고 발굴하고 전체적인 사업 기획도 돕는다.
사업 결과 또한 긍정적이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시의 기술닥터는175개 기업에서 모두 313건의 과제를 해결했다. 시는 이를 통해 총 88억원의 매출 증가와 172명 고용창출, 56건 지식재산권 등록 등의 성과를 낸 것으로 집계했다. 기업들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다. 실제 6개 기업을 선정하는 올해 중기애로기술지원사업에 24개 기업이 지원, 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현장애로기술까지 포함하면 올해 17개 기업이 이 사업에 새롭게 참여했고, 지난해에 이어 재참여한 기업은 8곳이나 된다. 이 중 3개 기업에선 기술닥터 덕분에 국내 전시회와 해외 마케팅, 해외무역사절단 참가 등의 사업 연계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시에선 향후 기술닥터 사업을 전국단위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현호 구미전자정보기술원 중소기업지원센터장은 “기술닥터사업에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예산 부분에서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수치화할 수 없는 긍정적인 효과들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대화해 침체한 구미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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