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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혼자 읽어도 되는데 왜 같이 읽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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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혼자 읽어도 되는데 왜 같이 읽는 걸까

입력
2018.12.21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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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사람들은 밑줄 치며 책을 함께 읽은 후 책에 대한 토론을 펼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독서모임 사람들은 밑줄 치며 책을 함께 읽은 후 책에 대한 토론을 펼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3일 초등학생이 선망하는 직업 5위가 유튜버라는 보도가 나왔다. 40대 이상 기성세대라면 쉬 받아들일 수 없는 조사 결과다. 영상으로 세상을 배우고, 영상으로 주변과 소통하고, 영상으로 소일하는, 어리고 젊은 세대라면 고개를 크게 끄덕일 만한 뉴스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영상은 문자를 압도한 지 오래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영상은 일상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는 문자를 멀리하고 독서를 따분하고 인내를 필요로 하는 행위로 치부하는 시대, 책은 여전히 가치 있는 존재일까. 국내 대표 출판사인 민음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대표이사까지 지냈던, 자칭 ‘읽기 중독자’인 저자는 전국의 크고 작은 24개 ‘독서 공동체’를 소개하며 읽기의 가치를 새삼 깨우치려 한다.

저자가 찾아가고 구성원들을 만나 대화한 독서 공동체들은 모임이 만들어진 시기도 설립 과정도 활동하는 사람 수도 읽는 책의 종류도 제각기 다르다. 서울 3개 구 크기이면서도 인구는 2만이 채 못 되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남원북클럽의 경우 2011년 네 명으로 시작해 10여명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반면 충남 홍성의 홍동 할머니독서모임은 1985년 첫 모임을 갖고 3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의 독서 공동체다. 충북 청주의 강강술래는 책이라면 질릴 법도 한 도서관 사서들의 책읽기 모임이다. 전주 북세통은 막 대학에 들어간 세 남녀가 글을 어떻게 쓸지 불안하고 답답해 2003년 자구책으로 만든 모임이 발전한 독서 공동체다.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장은수 지음 

 느티나무책방 발행ㆍ272쪽ㆍ1만5,000원 

동기가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르고 역사도 다른 독서 모임이지만 모두가 짐작할 만한 공통분모가 있다. 독서를 위해 모였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독서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무교회주의 사상가인 우치무라 간조의 10권짜리 전집(총 6,000쪽)을 4년에 걸쳐 읽어내거나(홍동 할머니독서모임), 읽기를 통해 학생들의 모범이 되고 싶어 하는 바람(부천 언니북)은 혼자만이 해내기 어려운 일들이다. 저자가 독서 모임이라는 흔한 수식을 거부하고 굳이 독서 공동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다.

책을 매개로 한 ‘정신의 연대’는 긍정적인 부가효과로 이어진다. 대학생들의 임시 모임으로 시작한 북세통의 회원들은 사회에 나가서 학창시절의 행복했던 경험을 되살리기 위해 직장 내 또 다른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시작은 미약했던 ‘독서 공동체가 지역의 삶 속으로 파고들면서 변화의 씨앗을 파종하는 진지로까지 성숙한 것’(30쪽)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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