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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하던 정보수집, 청와대 특감반이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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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하던 정보수집, 청와대 특감반이 대신했다

입력
2018.12.21 04:40
수정
2018.12.21 10: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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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국내정보 담당관제 폐지 무색 

 청와대는 “관련 규정 있어 문제 없다”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내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최교일 의원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내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최교일 의원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주장한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 근무 시절 생산한 첩보 등 목록이 공개되면서, 특감반이 고위 공직자 감찰이라는 고유 업무 범위를 넘어 일반 정보수집까지 그 영역을 확대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정보원 국내정보 담당관(IO) 제도를 폐지하고 국군기무사령부를 해편하는 등 정보기관 업무를 개혁한 뒤에도, 청와대 특감반이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의 일반 정보를 계속 수집한 정황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9일 공개한 ‘김태우 리스트’에는 ‘국토부 1급 인사 관련 동향’,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련 동향보고’, ‘청와대 독주론에 대한 각 부처 반응’ 등이 포함됐다. 파일 중에는 고위공직자 비위와 같이 감찰 업무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도 다수이지만, 환경부 및 기상청 등 일선 부처의 ‘여론청취’와 같이 일상적인 동향보고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물관리 일원화 반대 관련 국토부 동향’ ‘개헌 관련 부처 동향’ ‘대북 사업 관련 동향’ 등도 목록에 올랐다.

이러한 첩보들은 지난 정부까지는 국정원에서 각 부처로 출입하는 IO들이 주로 작성하던 것들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국정원은 ‘탈정치화’를 내세우며 각 부처 정보를 수집하던 IO들을 철수시켰는데, 이제는 청와대 특감반원들이 과거 국정원 IO들을 대신해 부처 등 공공기관의 일상 정보를 수집한 정황이어서 국정원 개혁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감반 설치 근거가 되는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공공기관ㆍ단체장 및 임원,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관계자에 대한 감찰업무를 수행한다. 과거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했던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각 정부부처 및 기관, 단체 등을 드나들며 국정원 IO 등이 수집하던 동향 및 일반 정보를 특감반에서 수집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필요한) 정보 수요는 여전한데, 정보 공백이 생기다 보니 특감반이 일반정보까지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관련 규정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부처 내에 이상한 소문이 돌면, 이것이 비위나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사실확인을 해서 보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 직제 법령에 따라 특감반은 △비리첩보 수집과 △사실관계 확인을 할 수 있다”며 “(일반 정보 수집도) 저희 업무범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인식은 권력ㆍ정보기관의 권한 남용을 경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어울리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개혁하려는 이유는 권력기관들이 음성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폐단을 차단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이 다른 형태(특감반의 일상정보 수집)로 계속돼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권력기관의 법적 권한과 범위는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감반에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허용한 청와대 인식은 문제가 적지 않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권의 정보 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 수집을 특감반이 모두 소화하게 되면서 김태우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특감반 설치 목적이 ‘감찰’을 위한 것이라면 법령상의 ‘사실확인’ 역시 감찰을 위한 것에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음지에서 이뤄지는 정보 업무는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곪기 마련이라 법령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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