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올해 4번째 금리인상 단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내년 미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내년 금리 인상 횟수는 3회에서 2회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기마저 하강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엔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연 2.25~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3ㆍ6ㆍ9월에 이은 올해 네 번째 인상이다. 이날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된 터여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연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 사실상 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것임을 암시한 대목이다. 연준은 지난 9월에는 올해 미 경제성장률을 3.1%, 내년은 2.5%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선 올해 3.0%, 내년 2.3%로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도 내년은 3.5%로 종전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2020년(3.6%)과 2021년(3.8%) 실업률은 모두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회의 직후 발표된 금리 인상에 대한 정책 성명에서도 ‘점진적인 추가 인상’이란 표현 앞에 11월 성명에선 없었던 ‘일부’(some)라는 단어를 추가해 한층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연준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경제는 강하다(strong)”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미국 경제는 대규모 감세에 힘입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성장률(3.5%)을 기록했고, 실업률도 48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미국 경기 확장세가 내년 7월까지 이어져 사상 최장 호황 기록(113개월)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기업 투자와 주택가격 지수 등 각종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마저 축소되며 미 경기가 사실상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냔 관측이 세를 얻고 있다. 늦어도 2020년에는 침체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 같은 ‘R(recessionㆍ경기 침체)의 공포’에 최근 뉴욕증시에선 폭락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의 1년 내 경기 침체 확률을 31%, 2년 후 60% 이상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도 냈다.
이에 연준의 9월 점도표(연말 금리 수준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도표)에서는 내년 3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됐지만 이번엔 2차례로 줄었다. 내년 말 금리 전망 중간값 역시 기존 연 3.125%에서 2.875%로 낮아졌다.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미국 경제 담당 분석가인 매슈스 바르톨리니는 “연준은 미래에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18개월 뒤 경제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현재) 경제성장세가 견조하더라도 금융시장 여건이 추가로 악화되면 시차를 두고 성장률 감소폭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연준의 점도표는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통화긴축 속도가 조절에 들어갈 경우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 그러나 미 경기 상승세 둔화는 글로벌 경제엔 악재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마저 둔화될 경우 한국 경제는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올해 6.2%에서 내년엔 3.7%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연준이 금리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미국 경제 성장세 둔화를 반영한 측면이 있는 만큼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마저 경기가 꺾이면 우리 경제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어려워 질 것”이라며 “지난해 2분기 국내 경기가 정점을 찍었을 때 경기 침체에 대비했어야 했는데 시장과 안 맞는 정책으로 허송세월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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