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업주 “보일러 손 대지 않아”
경찰 “시공ㆍ유지관리 책임 규명”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우정여행을 온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이 변을 당한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 펜션은 2014년 4월29일 게스트하우스로 준공허가를 받았다. 이후 이 건물은 지난해 10월과 2월 두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업주 A씨는 건물을 임대해 지난 7월 펜션으로 등록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보일러 연통의 불량연결에 의한 것인 만큼 펜션 업주의 시설관리 여부를 따져 묻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일러에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 되지 않는 등 제도적 문제에 앞서 일산화탄소 누출사고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펜션 업주와 보일러 시공업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갔다. 보일러 배관이 제대로 시공됐는지와 언제, 왜 어긋났는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업주가 투숙객의 안전과 관련해 중대한 결함이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지, 시설물 점검과 보수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20일 보일러를 떼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누군가 연통 부분을 접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문 감식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일러에 대해 전혀 관여한 게 없다”고 강변했다. 임대한 시설을 그대로 사용했을 뿐 설비를 임의로 조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달 8일부터 9일까지 중국 관광객 단체로 해당 객실에 머물렀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관리소홀이 인정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과실과 사상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일러가 규정대로 시공됐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도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꼭 필요하다. 경찰은 앞서 지난 19일 보일러 본체와 연통 접합부가 내열 실리콘으로 접합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보일러를 무자격 업체가 시공했을 경우 가중 처벌이 불가피하다. 경찰 관계자는 “가스 누출과 인명피해를 부른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해 보일러 시공에서 시설 유지관리에 이르는 전 부분을 세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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