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해 학생 모욕 인터넷 게시글 수사… 13건 삭제 요청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 게시된 막말 댓글에 엄정 대응
“사이트 폐쇄하고 게시자 처벌” 청와대 국민청원도 잇따라
‘강릉 펜션 참변’ 피해 학생들에 대한 일부 네티즌의 도 넘은 비하와 조롱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 안타까운 희생을 동반한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병폐로, 경찰은 20일 피해 학생과 유족을 모욕하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즉각 수사에 나서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게시물은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인 워마드에 주로 올라오고 있다. 피해 학생이 전원 남학생이라는 점을 겨냥, 치료 받는 학생 7명의 상황을 “7마리가 의식불명”으로 표현하는 등 입에 담지 못할 비하 게시글이 상당수 있다. 이 사이트는 평소 남성들을 사람 세는 단위인 ‘명’이 아닌 ‘마리’로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의 한 펜션에 묵었던 남학생 10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는 기사를 첨부하며 피해 학생들을 ‘탄소의 XX’로 지칭한 게시물에는 ‘오늘 피로가 싹 가신다’는 등의 막말 댓글이 여럿 달렸다.
워마드는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 모욕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상습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어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일산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로 사망한 피해자를 어패류에 비유하거나 올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김칫국물 사진을 올려 피해자를 모욕하는 식이다. 지난해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과 배우 김주혁이 사망했을 때는 ‘한남충(한국 남성 비하 표현)이 사망했다”고 조롱한 바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모욕 글이 올라온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고 게시자를 처벌하라는 청원이 다수 올라온 상태다.
경찰청은 ‘강릉 펜션 참변’ 피해 학생과 유족을 모욕ㆍ조롱하는 행위와 관련해 이날 “현재까지 발견된 게시글에 대해서는 허위의 명백성,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 검토해 즉시 내사 또는 수사 착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원경찰청은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게시글 13건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ㆍ차단 요청했으며 1건에 대해서는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소 고발 건은 최우선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며 “희생자를 모욕하는 행위는 형법상 모욕죄, 사자명예훼손죄 등에 의해 엄히 처벌된다”고 강조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을 오뎅(어묵)으로 비하한 사진을 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에 올린 네티즌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4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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