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마가 된 文정부의 약속들]
일부 대기업 등 호응 있었지만 민간 전반 확산은 뜨뜻미지근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사회 양극화로 인해 사회통합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어 최대 사용자인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7월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내놓은 정책의 당위성이다. 정부가 행정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공부문부터 우선 비정규직을 해소하면 민간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란 얘기였다. 그러나 이는 다소 순진한 기대였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공공부문에 부은 ‘정규직화’라는 마중물이 좀처럼 민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안 그래도 극심한 공공과 민간의 근로조건 격차만 더 확대될 조짐이다.
통계청이 10월말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비정규직(한시적, 시간제, 비전형 근로자) 근로자 수는 올해 8월 기준으로 661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6,000명 증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3.0%로 2012년 33.2% 이래 가장 높았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 시행 이후 지난 11월까지 10만6,0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공공부문의 전체 비정규직이 41만6,000여명에서 31만여명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감축 움직임에 호응하는 행보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5월부터 하청 대리점 직원 5,200명을 한번에 정규직화했고, 삼성전자서비스는 올 4월 사내하청 근로자 8,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현대ㆍ기아차, LG유플러스 등도 사내 하청 근로자 등을 일부 또는 전부 정규직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민간의 호응은 더 이상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이들 대다수가 과거부터 불법 사내 하청 논란 등을 겪으면서 노조가 정규직화를 끈질기게 요구했던 사업장인만큼 온전히 정부정책에 호응해 이런 변화를 이뤘다고 보기도 어렵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민간으로 이어지는 힘이 처음부터 약하기도 했지만, 공공부문의 정규직화가 보수진영으로부터 채용비리 의혹 등의 공격을 받으며 멈춰버리면서 민간 확산 동력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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