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대전의 우수 기업들이 인접한 세종으로 꾸준히 둥지를 옮기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부지 확보와 부동산 가치 상승 등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세종을 택하고 있다. 대전시는 산단 조성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세종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일 세종시에 따르면 2012년 7월 출범 이후 대전에서 10개 기업이 이전해 왔다. 이 가운데 이전을 완료한 기업은 4개, 분양계약을 맺은 기업은 6개다.
이전한 기업 중엔 대전의 향토 우수기업으로 특장차 분야를 선도하는 이텍산업을 비롯해 대표적인 광학기기 제조사인 에스피오가 있다. 알짜기업 타이어뱅크를 비롯해 알티오젠, 한국전자파연구소, 화인TNC 등 대전의 여러 우수기업들도 세종시로 사업장을 옮겼거나 옮길 예정이다.
세종시와 협약을 맺고, 이전을 검토하는 대전지역 기업도 30여곳 이나 돼 ‘IN 세종’을 택하는 대전 지역 기업들은 앞으로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세종시를 선택하는 것은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부동산 가치 상승 등 투자가치가 있는 데다 높은 세제 혜택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의 일부 향토기업들은 사업장 증설이 필요하지만 부지가 부족한 데다 매입 비용도 높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세종은 명학산단, 세종테크밸리 등 신도심과 구도심에 산단을 공격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세종의 산단 부지 가격은 대전보다 아직 저렴하지만, 향후 도시 발전과 함께 지가 등 부동산 가치는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돼 기업 입장에선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전에서 가까워 근로자 등의 생활권 변화 등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중앙부처까지 인접해 기업활동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아울러 신도심에 조성하는 산학연 클러스터에 입주하면 취득세는 100%, 재산세는 5년 간 100%를 감면해 주는 등 세제혜택까지 더해져 기업들의 세종행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 국가산단 조성이 결정되면서 기업들은 세종시 진입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대전의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전은 부지가 마땅치 않지만, 세종은 확보가 용이하고, 출퇴근도 가능하다. 도시가 빠르게 성장해 투자 가치도 기대된다”며 “국가산단 조성계획까지 발표되자 세종시 입주를 타진하는 기업들이 주변에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최근 첨단산업 등 28개 우량 기업과 투자협약을 맺는 등 세종으로 진입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여러 유리한 여건들을 십분 활용해 공격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이전을 결정한 업체는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의식이 커진 대전시는 기업의 부지 확보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산단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전시는 내년 서구 평촌산단(54만6,000㎡)을 시작으로, 대덕평촌지구(10만4,000㎡), 장대도시첨단산단(3만5,000㎡), 2021년 상반기 안산첨단국방산단(50만2,000㎡)을 분양할 예정이다.
대전시는 이들 산단 모두 대전 북부에 있어 대전을 떠나 세종으로 가려는 기업들을 붙잡아두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기업들의 탈 대전을 막고, 우수한 기업을 유인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시의회 운용대(서구4) 의원은 지난달 시정질문에서 “생활경제를 지탱하는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는 대전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전의 경제상황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외부기업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며 “해외 투자 유치와 외부기업 유치를 위한 ‘외국이 투자지역’을 지정하자”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또 향토 프랜차이즈 기업 발굴, 지역형 프랜차이즈 육성, 대전 경제정책과 지원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시장 직속 경제상황실’ 운영 등을 제안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산단 분양과 별개로 산입법에 따라 협약을 맺고 기업들에게 수의계약으로 조성한 부지를 직접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의 탈 대전을 막고, 우수한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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