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제주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 계획이 결국 전면 백지화됐다. 그동안 제주도는 해당 사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에도 수차례 추진 의지를 보여 왔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돌연 백지화하면서 스스로 행정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부지를 미래세대 및 도민의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한 공공시설용지로 남겨두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도는 행복주택 건립 사업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타당성이 ‘보통’이라는 결과가 제시돼 행복주택 건설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지만, 찬반여론이 팽팽한 상황을 고려해 미래세대를 위한 공공용지로 남겨두자는 도민 일부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또 주거복지 차원에서 행복주택 건립이 시급하지만 국ㆍ공유지, 기존 시가지 정비, 택지개발 등을 통해 대체부지 확보가 가능 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큰 틀에서 시민복지타운 부지는 미래의 공공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복주택 건립을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앞서 도는 지난해 6월 제주시 도남동에 조성한 시민복지타운 내 시청사 이전 용지 4만4,707㎡ 중 30%인 1만3,000㎡ 부지에 행복주택 700가구와 실버주택 80가구가 들어서는 ‘도남 해피타운’을 조성하고, 남은 용지 중 40%는 공원으로, 30%는 향후 공공기관 시설을 위한 여유부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당시 도는 여론조사 결과 찬성 64.4%로 반대(24%) 의견보다 월등히 높고, 국토교통부의 행복주택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까지 지원받아 추진하게 됐다며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불과 1년 6개월 전까지 주거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사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업을 강행하려던 도가 별다른 여건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돌연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도민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과정에서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말을 뒤집고 조건부 허가를 내준데 이어 행복주택사업도 뚜렷한 이유 없이 번복하면서 도 스스로 행정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는 당초 2021년까지 제주시 청사를 시민복지타운으로 이전하기로 했지만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2011년 12월 시청사 이전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후 민자유치와 시민 제안 등을 통해 관광환승센터, 비즈니스센터, 쇼핑아웃렛, 분양형 공동주택 등 다양한 활용방안이 제시됐지만 찬반 논란과 함께 공공성ㆍ경제성 결여 등으로 검토 단계에서 모두 무산됐다. 이어 2016년 국토부의 행복주택 사업공모에 선정되면서 사업추진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사업 역시 시민 모두를 위한 녹지공간으로 활용해야 할 시청사 이전 부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또 시민복지타운 인근 제주시 도남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행복주택 건설 이후 교통난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했지만 도는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가 결국 1년 반만에 다시 말을 뒤집은 것이다.
전성태 도 행정부지사는 “도민사회에 혼란을 준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시민복지타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시간을 두고 도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고, 당초 약속했던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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