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정책금리 인상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을 두고 “미국의 금리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지면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줄고, 각국의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약간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 연준이 0.25%포인트 인상한 것을 두고 “예상 외의 결과는 아니었던 터라, 이번 인상 여부보다 앞으로의 금리 인상 방향 메시지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현지시간으로 19일 오후,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종료된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2.25∼2.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올해 들어 4번째 인상이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 금리 역전 폭은 0.75%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이 총재는 “늘 강조했지만 미국 연준의 금리 정상화 속도는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늘 통화정책에 고려한다”면서도 “꼭 금리가 얼마 이상 벌어지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는 “국내 금융시장 동향을 오늘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점도표 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는데 미국 주가는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평가를 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경로는 생각보다 도비시(dovishㆍ통화 완화 선호)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며 “미국 연준이 경제지표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경제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금리 인상 경로가 그대로 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내후년엔 미국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내년 금리를 2번 올린다고 했는데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는 듯하다”고 답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허진호 부총재보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개최해 FOMC 결과와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반응을 살피고 국내 금융ㆍ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앞으로도 미 연준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계감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과 자본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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