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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저출산의 늪에 빠진 지자체들

입력
2018.12.2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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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합계출산율이 1.0도 안될 것이라는 전망을 통계청이 공식 확인한 이후 한국사회가 다시 한 번 출렁거렸다. 특히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지역 소멸 위기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가면 2300년 쯤 한반도에서 사람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 하나가 사라지리라는 전망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인구와 자원이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지속되지만 이를 수정하려는 정책 전망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발표한 이른바 수도권 3기 ‘미니 새도시ㆍ신도시’ 대책의 기본 방향도 최대한 서울과 가까운 거리, 그래서 출퇴근에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한 도시 건설이다. 백년지대계로서 국가의 앞날을 설계하는 철학은 찾아볼 수 없다. 정권 임기 5년 내에 이른바 ‘한방’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만 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 울음소리는 사라지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특히 서울로 몰리는 현상은 지속되고 또한 가속화할 것이다.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출산율이 가장 낮은 서울이 느긋할 수 있는 이유다. 청년세대 가족이 높은 주거비용을 감당 못해 경기도와 인천으로 이주하지만, 생활공간으로서 활력을 잃을 이유를 서울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중앙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지방정부의 사정은 절박하다. 그러다보니 자꾸 무리수를 둔다. 출산장려금과 육아수당 등 현금 급여 확대가 대표적 사례다.

아이 낳은 가족에게 현금을 손에 쥐어주면 더 많은 아이를 낳고, 또 그렇게 사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ㆍ비혼 청년들이 아이 낳는 삶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제는 허구다. 여러 조사결과들을 보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돌봄ㆍ교육 비용 부담을 든다. 그러다보니 아이를 낳게 하려면 현금급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사회 현실에서 얼마나 돈을 손에 쥐어줘야 둘째, 셋째를 출산하겠다는 결심에 이를 수 있을까?

기성세대는 출산과 돌봄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경험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졸업 후에, 직장생활 하다가 언제쯤 결혼하고 아이 낳을까 심각하게 고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중장년ㆍ노년층에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결혼 적령기가 되면 부모라도 짝을 이어줬다. 그리고 결혼하면 언젠가 생기는 게 아이였다. 그러나 이제 출산은 기획이 됐다. 결혼 자체가 철저한 기획이 됐기 때문이다. 신분과 재력을 철저히 비교한 결과로서 남녀가 만나는 이른바 ‘동질혼’이 구조화했다. 동질혼의 결과로서 탄생하는 아이의 인생을 부모는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바라보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나의 신분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 비록 내가 ‘그들만의 리그’에 속하지 않은 부모도, 내 자식만큼은 신분상승을 했으면 하는 욕망을 갖는다. 신분 유지가 됐든 상승이 됐든 그래서 자식을 위하여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오후 시간부터 저녁 늦게까지 거리를 누비는 수많은 학원 차들을 보라. 게다가 학원 차에 내 아이를 맡기지 않고 직접 은밀하게 내 아이만의 사교육 시장을 오가는 많은 부모도 있다.

아무리 많은 현금을 준다 해도 대다수 중산층 부모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교육 시장, 학원의 배를 두둑하게 할 수는 있다. 반면 현금급여의 소득 대체 효과가 높은 저소득층에서 출산율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대책은 있는가? 아니라면 일단 돈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자. 지방과 중앙이 만나 지역 중심 저출산 대응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다음에 논의를 이어가겠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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