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술에 취하면 언제나 (신소리, 흰소리)를 늘어놓는다.” 이 문장에서 괄호 안에 쓸 수 있는 말은 뭘까? 국어사전의 풀이를 기준으로 하면 ‘흰소리’가 적절하다. ‘희떠운 말’, 즉 ‘과장된 말’에서 비롯한 ‘흰소리’는 ‘술에 취하면’이라는 조건과도 잘 어울리고, ‘늘어놓다’란 서술어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흰소리’를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말”로 풀이했다.
그럼 ‘신소리’는 무슨 뜻일까? 사전에선 ‘신소리’를 “상대편의 말을 슬쩍 받아 엉뚱한 말로 재치 있게 넘기는 말”로 풀이하면서, “구경꾼들은 신소리를 해 대며 웃었다”란 예문을 제시했다. 그런데 현실에선 ‘신소리’를 ‘흰소리’에 가까운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공연한 신소리 말아. 조선 사람 일본 가봐야 곡갱이질밖엔 할 기이 없다 카더라. 니 어무니가 돈 내서 공부시켜준다믄 몰라도”(박경리, 토지)에서처럼. 문맥상 여기에서의 ‘신소리’는 ‘실상이 없는, 즉 터무니없는 말’을 뜻한다.
‘신소리’와 ‘흰소리’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된 건, ‘엉뚱한 말로 재치 있게 넘기는 말’이란 것이, “‘고맙습니다’ 하는 말에 ‘곰 왔으면 총 놓게요’”(큰 사전, 1957)에서처럼, 터무니없는 말일 때가 많기 때문인 듯하다. ‘터무니없다’는 뜻을 고리로 ‘신소리’와 ‘흰소리’가 연결되어 있으니, “그는 술에 취하면 언제나 신소리를 늘어놓는다”처럼 쓰지 못할 이유는 없을 터.
‘터무니없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될 수 있으면, ‘우스갯소리’는 ‘허튼소리’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니 ‘신소리’와 ‘흰소리’가 뒤섞여 쓰이는 맥락에 ‘헌소리’와 ‘헛소리’까지 가세하는 것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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