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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 1ㆍ2호기 조기 중단하더라도 신한울 3ㆍ4호기는 재개하자”

입력
2018.12.24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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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가 된 文 정부의 약속들/ 원전 전문가들 제언]

“원전 확대가 아니라 4~5년간 원전 없는 미래 준비하자는 것”

“힘겹게 만든 에너지전환 정책에 찬물” 우려의 시선도 적잖아

신한울 3 4호기 계획부터 중단까지 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신한울 3 4호기 계획부터 중단까지 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지난 13일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 4호기의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서명 인원이 23일 오후 10만1,000명을 훌쩍 넘었다. 원자력업체들뿐 아니라 원자력 전문가 대다수는 원자력산업을 살리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꼽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 계획이 백지화한 신규 원전 6기에 포함된 신한울 3, 4호기는 건설 용지도 이미 확보된 데다, 원전 공기업들이 관련 업체들과 설계용역 계약을 맺은 뒤에 중단됐다. 공사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여러 업체들이 지난 정부의 건설 계획을 믿고 이미 설계 초기 단계까지 업무를 진행했다. 두산중공업은 4,000억여원을 들여 원전 핵심 설비 사전제작에도 들어갔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지난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종결을 의결했을 때도 업체들에 대한 보상 문제 등을 고려해 신한울 3, 4호기 건설에 대한 의사결정은 제외했다.

원자력계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가 원전을 다시 확대하자는 주장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갑작스런 에너지정책 변환으로 업계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탈원전을 실현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삼자”는 것이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이 재개되면 관련 일감을 수주해 회사를 운영하는 4, 5년 동안 업체들이 ‘원전 없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원자력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이다. 설비나 부품 종류가 많지만, 생산량이 워낙 적은 만큼 비싸다. 품질도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업계가 무너지면 기존 원전 유지보수 부품도 품종과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다. 업체들이 규모를 줄이고 문을 닫다 보면 생산비는 올라가고 납품 기일 지키기도 어려워진다. 국내 원전은 물론 수출에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도 재개된 마당에 신한울 3, 4호기까지 다시 짓자는 건 힘겹게 조성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추진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신한울 3, 4호기를 짓는 대신 한울 1, 2호기를 선제적으로 정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이들이 들어서면 경북 울진 일대의 원전이 기존 한울 1~6호기, 신한울 1, 2호기를 포함해 총 10기나 된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규모다. 이렇게 많은 원전이 밀집된 상황에 대해선 안전성 평가 기술조차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한울 1, 2호기는 각각 1988년과 1989년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2027년, 2028년 설계수명이 종료된다. 신한울 3, 4호기가 완공될 때쯤이면 한울 1, 2호기는 수명 종료가 목전일 테니 탈원전과 원전 해체산업 육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멈추자는 것이다. 한울 1, 2호기의 설비용량은 1,900메가와트(㎿)로 신한울 3, 4호기(2,800㎿)에 못 미치는 만큼 전력수급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로 산업을 조기에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울 1, 2호기 중단 이후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 추이와 안전성 보강 비용 등에 따라 폐로나 재가동 향방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울진에 가동 중인 한울 1, 2호기. 2027년, 2028년 설계수명이 끝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에 가동 중인 한울 1, 2호기. 2027년, 2028년 설계수명이 끝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 사이에는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원자력은 사양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이참에 원자력산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원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원전 관련 기술로 다른 제품을 생산하거나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업종 전환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 전환이 쉽지 않다면 원전 관련 신시장 개척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전의 새로운 안전설비, 효과적인 해체에 필요한 장비, 사용후핵연료(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연료) 처분 기술 등을 ‘포스트 원자력산업’으로 키우자는 제안이다. 또 중소기업이 이런 신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라고 주문한다. 석광훈 녹색연합 연구위원은 “원자력기업인 일본 히타치와 미국 GE가 최근 원전 해체 관련 업체를 인수했다”며 “외국의 전통적인 원전기업들도 현실적인 탈출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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