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수사관 첩보 목록 논란]
2017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작성 107개
野 “보수 언론 일가ㆍ홍준표 등 민간 사찰의 대표 사례”
靑 “일부 폐기ㆍ첩보 중단 지시, 우윤근ㆍ박근혜 관련은 업무 범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작성한 약 107개의 파일 목록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10건이 조선일보 일가 내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과 관련된 정보로 ‘민간인 사찰’이 의심된다는 게 한국당 측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특감반 데스크 과정에서 폐기하거나 김 수사관이 작성만 하고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감반원은 지시를 받는 게 아니라 자신이 주제를 정해 첩보를 생산한다”며 “김 수사관이 작성한 문서 일부는 특감반 데스크와 반장을 거쳐 저에게 보고되기도 했지만 자신이 받은 첩보를 혼자 정리한 수준의 문건도 있다”고 밝혔다. 박 비서관은 10건의 문제 보고서 중 4건을 자신이 보고 받았고, 이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관련 건 등 3건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건은 특감반장까지만 보고 받은 뒤 폐기됐고, 나머지 2건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7월 업무를 시작한 김 수사관이 지난 정부 관행대로 민간인 내지 야당 정치인 관련 첩보를 가져온 적이 있어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2017년 7월 작성된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OO 관련 자살 동향’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송OO,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당시 특감반장은 “앞으로 이런 첩보는 수집하지 말라”고 제지했고, 이후 1년간 김 수사관도 이 같은 첩보를 만들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특감반의 직무 범위 내에서 작성된 보고서들도 있다.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지난해 9월) 보고서는 고위 공직자 갈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작성됐다고 한다. 같은 달 작성된 ‘주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금품수수 관련 동향’ 문건은 인사검증에 참고하도록 조국 수석에 전달했다고 한다.
지난 1월 작성된 ‘고건 전 총리 장남 고O,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보고서는 반부패비서관실에서 가상화폐 업계의 불법적 거래나 업계 과열 현상에 대한 정책보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작성됐다고 밝혔다. 당시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가상화폐 과열 현상의 배후에 있다는 보도를 확인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작성된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파일 역시 정당한 업무 범위 내에 속한다고 밝혔다. 관련 보고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업가가 현 정부에서도 부정하게 로비를 해 예산을 따낸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공공기관 예산 관련 내용이라 감찰 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박 비서관은 “실제로 이 사업가가 부정하게 예산을 수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실에 관련 내용을 이첩했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은 지난 7월엔 ‘조선일보, BH의 홍OO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 중’, ‘조선일보, 민주당 유OO의원 재판거래 혐의 취재 중’이라는 보고서도 작성했다. 한국당은 사실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사찰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 비서관은 “당시는 김 수사관이 (피감기관이었던) 과기부 감사관 자리에 지원해 일을 열심히 안 하던 시기”라며 “지라시 수준의 언론사찰 성격 내용을 작성해 특감반장이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 8월 27일과 28일엔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 측에 8,000억 특혜 제공’이라는 보고도 만들었다. 하지만 김 수사관은 이 시기 피감기관인 과기부 감사관 직에 셀프 승진을 시도했다가 적발돼 직무에서 한 달간 배제되는 등 근신 중인 기간이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누구도 관련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