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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에만 급급 말고, 임금격차 해소 등 처우 개선해야

입력
2018.12.21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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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그마가 된 文정부의 약속들 / 비정규직 정책 개선 어떻게] 

 공공부문서 인위적 추진해도 민간선 ‘비정규직 제로’ 힘들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노동소득 분배 개선에 초점을 

지난해 5월12일 취임 후 첫 '찾아가는 대통령' 현장방문지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원들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5월12일 취임 후 첫 '찾아가는 대통령' 현장방문지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원들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대를 잔뜩 모았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불만 제조기’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비정규직 이 없는 사회는 가능한 것일까.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노동현장 곳곳에서 갈등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정책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임기 말까지 무턱대고 ‘제로(0)’ 목표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기만 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가장 큰 한계가 오로지 ‘정규직화’에만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희은 연세대 경영연구소 전문연구원은 20일 “정부가 실질적인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는 여건 마련은 뒷전에 놓은 채 개별기관에 오로지 ‘정규직화’라는 과제만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처우개선 등 변화에 관심을 갖지 않고 정규직 전환 실적을 내는 데만 매달린다면 정규직 전환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비정규직을 ‘나쁜 일자리’로 몰아가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노동 현실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기구(OECD)는 양과 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좋은 일자리 정책이라고 제시하고 있다”며 “일자리 질을 높이는 정규직 전환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면 경기가 나쁠 때는 전체 일자리 양이 줄어들 수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 교수는 “때론 비정규직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책 방향을 모든 비정규직을 ‘악’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박우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사용 억제를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대가로 고용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박구원 기자/2018-12-20(한국일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박구원 기자/2018-12-20(한국일보)

설령 공공부문에서는 비정규직 제로가 달성된다 해도 민간 부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반쪽 정책’에도 못미칠 수밖에 없다는 건 더 큰 한계다. 장홍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에서 정규직 전환을 한다고 민간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 부문에서야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시장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비정규직 수요가 완전히 해소되긴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 부문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더 늘어난 건 이를 보여준다.

결국 비정규직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공공부문의 경우 직무에 상관없이 호봉제로 운영되다 보니 연차가 쌓여도 숙련도에 큰 변화가 없는 청소ㆍ미화 등의 분야에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이라며 “직무에 맞는 임금체계를 도입한다면 자연스레 비정규직 사용도 줄어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비정규직 제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일자리위원회가 민간을 포함한 사회 전체 비정규직 남용 방지 일환으로 발표했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이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부문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정부의 규제나 지원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과도하게 정규직에 기울어있는 노동소득 분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홍준 연구위원도 “노사간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 차별을 줄일 수 있도록 비정규직 노동기본권을 확대하고 원청의 책임도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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