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시신 서울 빈소 도착하자 대성고 학생들 눈물바다
“아이들 규정 따랐을 뿐…” 부모들 교육감에 애끊는 메시지
19일 오후 강원 강릉고려병원 유족대기실. 전날 강릉 펜션 사고로 숨진 학생 두 명과 함께 서울에 마련된 빈소로 돌아간 유족들이 남긴 건 두 가지였다. 먼저 ‘뜯지도 않은’ 식사였다. 병원에서 제공한 밥과 국은 뚜껑이 열리지도, 용기를 감싼 비닐봉지가 뜯기지도 않은 채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옆에 컵라면 상자도 그대로였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대기실 구석 휴지통을 가득 채운 휴지였다. 가족들의 눈물에 젖어 납작해진 휴지들은 하얀 소복처럼 슬퍼 보였다.
안모(18)군 시신이 먼저 집으로 가는 여정에 나서자 김모(18)군도 친구 뒤를 따랐다. 김군 형은 울음을 터뜨렸다. 지켜보던 중년의 장례식장 관리인도 울었다. 두 학생의 어머니는 유족 대표로 아들이 탄 구급차에 올라 헬기가 기다리는 강릉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남은 유족들은 황망히 바라볼 뿐이었다. 안군은 아픈 아버지와 장애가 있는 누나를 위해 사회복지학과에 지원, 수시에서 합격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수능을 마친 뒤 강릉으로 우정여행을 왔던 김군과 안군은 각자의 어머니까지 불러들여 구급헬기를 타고 서울로 동행했다. 강릉아산병원에 안치됐던 유모군 역시 이날 서울로 옮겨졌다.
이날 오후 6시쯤 안군을 비롯, 학생 3명의 시신이 도착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도 눈물바다였다. 친구 혹은 선배의 부고 소식에 교복을 입은 채 달려온 대성고 학생들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한 학생이 “아아” 짧은 탄식과 함께 주저앉아 흐느끼자 주변에서 “괜찮다”고 위로하던 이들조차도 눈물을 흘렸다. 대성고 교감을 비롯한 교직원은 쉴새 없이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을 위로하며 빈소를 지켰다.
살아남은 학생들은 친구들의 안부부터 챙겼다. 전날 의식을 회복한 도모(18)군은 대화가 가능해지자 “친구들은요”라고 벗들의 안부부터 물었다고 한다. 도군은 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했고, 중환자실에서 나와 일반 병실로 옮겼다. 다른 학생은 이날 오전 고압산소 치료가 끝난 뒤 스스로 물을 마시고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역시 친구들 안부를 물었다.
두 명 외에 강릉아산병원에 입원한 3명은 한 단어씩 의료진을 따라 말할 수 있는 수준, 통증 자극을 주면 팔을 움직여 의료진 손을 쳐내는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회복이 더딘 학생은 통증 자극에 간단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당장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회복했다”면서도 “입원 중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 중인 학생 두 명은 아직 기도 삽관과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 차용성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뇌와 심장, 폐, 근육 등 다양한 장기 손상을 보여 약물과 수액 치료로 안정화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치료나 회복이 어떤 단계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피해 학생 부모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통해 밝혔다. 언론에 전해달라고 한 메시지에는 담담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얘기들이 담겨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얘기, 그래서 더욱 귀담아 들어야 할 호소다. 그대로 옮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아이들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평소에도 학교와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착하게 생활하였습니다. 이번 체험 활동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청했고,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해서 숙소에 있었습니다. 펜션조차도 문제가 될만한 장소가 아니라 멀쩡한 펜션을 예약해서 투숙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황망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 아이들이 잘못되는 현실에 대해 우리 어른들과 우리 사회가 응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릉=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강릉=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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