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수사관, 스폰서인 건설업자 조사 받던 시간에 방문 드러나
靑,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하다 비리 혐의로 검찰에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의 ‘경찰청 특수수사과 방문’의 성격을 놓고 김 수사관과 여권이 엇갈린 해석을 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사건 진행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을 방문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경찰청에서는 김 수사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최모씨가 조사를 받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 수도 있지만, 여권은 유착의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경찰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지난 11월 2일 오후 2시 50분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김씨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최씨가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2팀에서 공무원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자신이 첩보를 제공한 사건의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볼 때 김씨가 최씨의 수사 상황 분위기를 보러 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수사관이 최씨를 직접 언급하거나, 최씨 관련 사건을 캐묻지는 않았다고 한다. 경찰청은 청와대 직원이 직접 수사 상황을 알아보는 경우가 이례적이어서 곧바로 청와대에 보고했고, 청와대는 즉각 감찰에 착수했다.
그동안 김 수사관은 경찰청 특수수사과 방문에 대해 “승진을 하려면 성과를 정리해 보고해야 해서 방문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의원은 “김 수사관은 방문 당시 지인이 경찰청 내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며 “경찰청 방문이 단순 방문이 아니라 해당 건설업자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방문이었다는 합리적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경찰청에 가기 전에도 최씨와 수차례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지난 추석과 설 명절에 최씨에게 대통령 명의의 선물을 보낸 것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김 수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제출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은 비위 혐의로 검찰에 복귀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도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고,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수사관에 대한 고발사건을 곧바로 형사1부(김남우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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