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대사 측, 김태우 수사관 고소 방침

3년 전 한국일보 보도(2015년 3월 3일자 1면)로 수면 위로 올랐다가 잠복한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1,000만원 인사 청탁’ 의혹이 결국 검찰 수사로 밝혀질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우 대사 소송대리인에 따르면, 우 대사는 김태우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을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방침을 세웠다. 의혹의 골자는 ‘사업가 장모씨가 조카의 취업 청탁 대가로 1,000만원을 줬고, 이후 우 대사 측이 이 돈을 돌려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 대사 측은 ‘2009년 4월 우 대사가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장모씨를 만난 건 맞지만 그 어떤 금전 거래도 없었고, 2016년 우 대사 측이 장씨에게 1,000만원을 준 건 장씨 협박으로 우 대사 측근이 치르는 선거가 영향을 받을까 봐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 대사 측이 고소장을 접수하면 명예훼손 수사를 맡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남우)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형사1부에 배당돼, 두 사건이 병합돼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 하더라도 검찰은 의혹이 허위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을 할 것으로 보여 의혹의 진위 여부는 해소될 수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명예훼손 고소 사건은 수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만큼 신속하게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우 대사 측은 명예훼손죄에 대한 법리 검토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형법상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려면 △의혹이 허위 사실이라는 점 △허위 사실임을 알고도 고의로 명예를 훼손한 점 등이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김 수사관은 ‘이런 내용(우 대사 의혹)이 있다는 첩보를 청와대 민정라인에 올렸는데 상급자가 이를 묵살했다’는 취지로 언론에 폭로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수사관이 의혹이 사실인양 직접 언급한 게 아니라 ‘그런 첩보를 올렸다’고 폭로했다면 허위 사실 적시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단순히 첩보성 내용을 보고한 것이기에 김 수사관이 해당 의혹이 허위 사실이라는 점을 알고도 폭로했다는 점(고의성)을 입증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 대사 측은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김 수사관이 최소한의 확인 절차를 취하지 않고 언론에 제보한 것이라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그 부분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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