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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선 독서량 늘리려고 저자에 연예인, 출판사까지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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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선 독서량 늘리려고 저자에 연예인, 출판사까지 총출동”

입력
2018.12.20 04:40
수정
2018.12.20 13: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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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한국-핀란드 독서진흥단체장 대담

“빅 네트워크를 만들어라”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만난 김수영(왼쪽) 한국출판산업진흥원장과 일미 빌러시스 핀란드 독서센터 소장. 디지털 시대 독서율 제고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신상순 선임기자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만난 김수영(왼쪽) 한국출판산업진흥원장과 일미 빌러시스 핀란드 독서센터 소장. 디지털 시대 독서율 제고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신상순 선임기자

“우리가 가장 힘을 쏟는 부분은 각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 단체, 기관, 학교, 도서관 등과 긴밀한 협력 구조, ‘빅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바로 그 점이 부럽습니다. 우리는 사실상 정부의 한 부처(문화체육관광부)만 뛰거든요. 제대로 된 독서진흥을 위해서는 교육부 같은, 다른 기관과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 마주 앉은 김수영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과 일미 빌러시스 핀란드독서센터 소장은 ‘협업 체계 구축’이라는 화두에서 뭉쳤다.

2018년은 25년 만에 다시 지정된 ‘책의 해’였다. ‘#무슨책읽어?’를 모토로 많은 기획, 홍보, 이벤트, 심포지엄 등의 사업이 진행됐다. 덕분에 출판계는 모처럼 책을 주제로 이런저런 일을 벌여보는 활기 넘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각에선 차라리 정부가 책을 많이 사들여 달라고 하지만, 그 또한 한정된 예산을 출판사에 나눠주는 대증요법이긴 매한가지다. 결국 핵심은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일 수 밖에 없다.

독자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라는 화두를 두고 김 원장과 빌러시스 소장은 이날 머리를 맞댔다. 핀란드독서센터는 핀란드의 독서진흥사업을 주관하는 반관반민 단체다. 핀란드는 여러 국제비교평가에서 독서율 1위, 문해력 4위를 기록한 독서강국이다. 빌러시스 소장은 진흥원 주최로 이날 열린 국제독서콘퍼런스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김수영 진흥원장은 여전히 우리의 화두는 독자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라는 문제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수영 진흥원장은 여전히 우리의 화두는 독자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라는 문제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수영(김)= “한국의 독서율이 50% 수준이다.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핀란드는 어떤가.”

빌러시스(빌)= “시간에 대한 경쟁이다. 인터넷이나 연예, 오락물이 넘치고 다른 미디어들이 등장하면서 책이 시간과 집중도를 빼앗겼다. 전체적이지 않은, 부분적 정보만 받아들이는 세상이 됐다.”

김= “사회적 차원의 문제도 있다. 사회적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스스로를 잘 돌보고 가꿀 여유와 시간이 없어진 듯 하다.”

빌= “핀란드에선 경쟁이 그리 큰 화두는 아니다. 핀란드 교육은 평등과 협력을 강조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핀란드라고 해서 양극화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비즈니스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책은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웃음).”

김= “독서진흥을 위한 전략, 가치, 방향은 무엇인가.”

빌= “모든 이에게 책 읽을 공평한 가능성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독서는 사회적 기본기술 함양이라 본다. 취미로 재미 삼아 읽는 것뿐 아니라 사회생활, 그러니까 남과 교류하고 협력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간 핀란드가 쌓아온 높은 읽기 수준을 지속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김= “독서진흥 사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누구인가.”

빌= “센터에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협력 체계 구축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저자나 연예인들이 학교를 찾아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출판사들과 함께 책을 조금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방식 등을 통해 학생들이 책을 좀 더 손쉽게 접해서 독서에 대한 더 많은 자극을 주려 한다. 이런 비용은 학교나 교육부에서 나온다.”

빌러시스 소장은 독서 관련 기관들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빌러시스 소장은 독서 관련 기관들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 “우리는 각 기관간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관행이 드물다. 그런 점에서 핀란드 사례는 부럽다. 우리는 올해 ‘인문아카데미 사업’으로 지역 도서관 등과 협업했고, 지자체와 ‘전국 책읽는 도시협의회’를 구성했다. 도서관과 지자체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빌=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안 읽는 문제를 정책 결정자, 정치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 모두가 심각한 문제로, 사회적 위기로 여긴다는 점이다. 이런 공감이 있으니 독서율 제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공개적으로 토론한다. 지난해만 해도 문화부 장관 주도 아래 ‘내셔널 리터러시 포럼(National Literacy Forumㆍ국가 문해력 포럼)’이 조직돼 핀란드 국내 전문가뿐 아니라 덴마크 등 주변국 전문가들까지 불러모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교, 도서관 각 주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는지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김= “우리도 심포지엄, 포럼은 많은데 독서율 하락을 사회의 위기로 규정했다는 얘기가 인상적이다. 구체적으로 학교는 어떤가. 경쟁이 심하다 보니 우린 책읽기 자체를 의무로, 과제로 받아들인다.”

빌= “좋은 책을 찾아주면 아이들은 바로 매료된다. 여기서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핀란드에서 선생님은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로 아이들 수준에 맞춘 본인들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센터는 이 선생님들에게 각종 독서와 학습 관련 주제, 자료,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또 각 선생님들이 보유한 스킬, 우수 사례를 공유하도록 한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것을 제공할 수 있는 지 ‘빅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김수영 진흥원장과 빌러시스 소장은 독서율 저하가 사회적 위기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수영 진흥원장과 빌러시스 소장은 독서율 저하가 사회적 위기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 “그런 세세한 자료까지 제공하는 걸 보니 협력이 무척 잘 되는 것 같다. 센터가 진행한 캠페인 중 가장 성공적인 걸 하나 소개해준다면.”

빌= “남자와 여자 아이들 독서율 차이가 심했다. 남자 아이들은 책을 안 읽으니까. UPM(핀란드의 목재&바이오 기업)의 지원으로 직업기술학교 진학 전인 남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기획했다. 남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연예인 등 롤모델을 내세워 책을 읽도록 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장기적인 것으론 매년 4월 진행되는 리딩 위크(Reading Week)가 있다. 40년 동안 지속해온 캠페인으로 학교 선생님, 도서관 사서 같은 분들이 모여 책 읽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서 공유한다. 이건 유럽연합(EU)과 함께 하는 EU리드(Read)로도 이어진다.”

김= “학교, 도서관, 지자체, 문체부와 교육부 등 책과 관련된 모든 기관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게 큰 위기라는 인식이 있어야 긴밀한 협력 체계가 만들어질 것 같다. 그 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생각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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