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선 불분명하게 봉합
미국 정부가 18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며 북한이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했던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국무부는 또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비핵화 약속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판문점 선언과 북미정상회담 약속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북미 협상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비핵화 협상의 출발인 ‘비핵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조차 양측이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과 일상적 의사소통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과의 의사소통은 계속 진행 중”이라며 “현재까지 우리의 목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했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우리가 추구하는 건 북한의 비핵화이고 우리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개념이 동일하냐는 물음이 이어지자 “두 개념을 나누고 싶지 않다. 우리 정책은 명확하다”고 했다. 이는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건 정상회담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비핵화 절차에 착수하지 않은 북한 때문이라는 미국 측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설명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교착 상태 책임은 두말할 것 없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유해 송환,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등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북한 측 논리를 이해해야 나올 수 있는 주장이다. 실제 6월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3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돼있다. 지난 4월 남북의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선언도 ‘남과 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돼있다.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선언이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는 2005년 9ㆍ19공동성명보다도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인 가운데 ‘비핵화’ 의미를 놓고 양측이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게 분명해지면서 향후 협상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통상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저지하기 위해 써온 북한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섣불리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용인한 미국과 한국 정부로서는 설득 논리가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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