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홍보대사 1년, 별풍선보다 값진 삶의 가치 얻었죠”
올해 초 축구계엔 인터넷방송 진행자(BJㆍbroadcast jackey) 감스트(28ㆍ본명 김인직)의 K리그 홍보대사 임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온라인 축구게임과 해외축구 등을 소재로 인터넷 세상에서만 활동해 온 그에 대한 자격 논란이다. 10~20대로부턴 웬만한 K리그 축구선수보다 인기 높은 BJ지만, 의자를 집어 던지고 거친 말을 쏟아내는 등 방송 중에 보인 거친 언행 탓에 홍보대사의 격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른바 ‘포(4)병지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5년 게임 방송에서 카드 속 인물로 가상의 팀을 꾸릴 때, 골키퍼 포지션에 전 국가대표 김병지(48)만 4차례 연속 나오자 욕설을 해가며 분노했다. 방송을 접한 김병지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감스트에 “현실에선 지지자가 돼 달라”며 용서했고, 감스트도 “실제론 김병지 팬”이라고 화답해 둘은 되레 가까워졌지만 이 일로 ‘럭비공 언행’의 꼬리표가 붙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그럼에도 감스트를 선택했다. 수십만 구독자를 거느린 그가 K리그 현장 곳곳을 누비며 젊은 시청자들 눈높이에 맞는 정보와 현장감을 전달한다면 그만한 홍보도 없을 거란 판단이었다. 감스트 또한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17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소재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내게 과분한 기회란 생각이었지만 K리그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홍보대사 활동을 시작했다”며 “다만 대충하진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그 때를 떠올렸다.
감스트는 인터넷 세상을 뛰쳐나와 K리그 현장 곳곳을 열심히 누볐다. 그는 “한 시즌 동안 그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를 가리지 않고 약 20경기를 찾아갔다”고 했다. 그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이 됐다. 방송사 중계방송에선 보기 힘든 경기 전 선수인터뷰와 관중의 목소리가 생생히 전해졌다. 시축부터 하프타임 인터뷰, 주로 어린이가 하는 선수 에스코트까지 가능하면 구단에서 요청한 모든 걸 받아들였다는 그는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나를 알아보는 일이 많아 너무 신기했고, 덕분에 책임감도 갈수록 더 커졌다”고 했다. 그의 간절함이 선수들에게도 닿았는지 국가대표 문선민(26ㆍ인천), 황인범(22ㆍ대전)은 물론 브라질 용병 득점왕 말컹(24ㆍ경남)까지 골을 넣으면 감스트의 상징인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방송활동도 어느 해보다 왕성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땐 MBC 디지털 해설위원을 맡은 그는 K리그 막바지엔 케이블채널 해설위원으로도 나섰다.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300’에 출연해 예능감을 떨치며 대중적 인지도가 뛰면서 최근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많은 꿈을 이룬 그는 “이게 다 (김)병지 형님 덕분”이라며 웃었다. “’대인배’ 병지 형님 용서가 아니었다면 시작도 할 수 없었던 활동인데 같이 방송출연까지 하면서 가까워졌다. 항상 존경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별풍선(방송을 통해 얻는 사이버 머니의 일종)’ 이상의 삶의 가치를 얻었다는 감스트는 올해 스스로의 활동에 대해 ‘10점’을 줬다. 그는 “다 운이 좋아서 벌어진 일인 것 같고, BJ출신인 탓인지 해설과 영상 콘텐츠 모두 많은 대중에게 다가서지 못 한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K리그 홍보대사는 딱 1년만 더 해보고 싶단다. “가능한 모든 K리그 구장을 찾아가고 싶고, 가능하다면 선수들의 훈련에 참여해 그들의 뜨거운 노력을 담아보고 싶다. 인터넷방송에선 가벼운 욕설도 이제 안 할 생각이다. 축구팬들이 불편해하면 안 되니까.”
팬들이 궁금해하는 BJ ‘맨만숙’과 러브라인에 대해선 “저한테 1조원을 줘도, 나사(NASAㆍ미항공우주국)를 줘도 (이성으로)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라며 강한 부정을 남겼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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