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독주 체제를 굳힌 울산 현대모비스는 아직 ‘완전체’가 아니다. 주전 가드 이대성(28)과 양동근(37)이 각각 종아리, 발목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지만 연승 행진을 ‘13’까지 늘리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현대모비스가 파죽지세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가드 박경상(28)이 있었다. 그는 이대성, 양동근이 모두 빠진 16일 원주 DB전에서 1쿼터에만 3점슛 4개를 꽂아 이번 시즌 개인 최다인 12점을 넣었다. 여세를 몰아 18일 서울 SK전에선 19분39초만 뛰고도 3점포 5방 포함 17점을 기록했다.
박경상의 슈팅력은 마산고 재학 시절부터 인정 받았다. 키는 178㎝로 크지 않지만 한 경기에 30~40점을 거뜬히 넣고, 고교 2학년 때 개인 최다인 57점까지 몰아치는 폭발력을 발휘했다. 또 국내에서 열린 KBL(한국농구연맹)-NBA(미국프로농구) 캠프에 참가했을 당시 NBA 스타 안드레 이궈달라(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한국의 아이버슨’이라는 호평까지 받았다. 앨런 아이버슨(은퇴)은 183㎝의 작은 키에도 ‘득점 기계’로 명성을 떨친 슈터였다.
‘마산 아이버슨’이라는 별명이 생긴 박경상은 하지만 성인 무대에서 벽에 부딪혔다. 연세대 시절 그리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전주 KCC에 입단한 뒤 고교 시절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고교 때까지는 골 밑으로 파고 들어 원하는 공격을 했지만 신장이 큰 선수들이 즐비한 성인 무대에선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시즌 도중 KCC에서 현대모비스로 트레이드 됐다.
만가지 수를 가졌다고 해서 ‘만수’로 불리는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박경상의 슈팅력을 여전히 높게 평가했다. 유 감독은 “우리 팀에서 슛을 던질 때 가장 안정적이다. 보는 사람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1쿼터에만 반짝하고 후반전에 활약이 미미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박경상은 18일 SK전에서 1쿼터 8점을 기록하고 4쿼터에도 3점슛 2개로 6점을 보탰다. 좀처럼 제스처를 보이지 않는 유 감독도 4쿼터에 터진 3점포에 손을 들어 박경상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나왔다. 유 감독은 “(박)경상이가 전반에만 (슛이) 잘 들어가고 후반에 좋지 않았는데, 이날은 후반에도 들어가 기특했다”고 말했다. 박경상은 “4쿼터에 안 들어간다는 말을 많이 해서 더 집중했더니 잘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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